개 편한 휴게소 일부러 찾는 사람들 많아
“반려견은 귀한 고객” 편의시설 마련 늘어
식당 등 동반 금지에 견주들 개선 목소리도
25일 경기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 내 애견놀이터에서 한 반려견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안혜경(40)씨는 25일 주말을 맞아 세 살 된 반려견 ‘공주’와 함께 경기 이천시의 덕평자연휴게소(덕평)로 나들이를 왔다. 고속도로휴게소를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오직 하나. 반려동물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가 있어서다. 안씨는 “본래 휴게소라는 공간은 긴 여정 중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을 의미하지만,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덕평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25㎏에 달하는 대형견인 아프간하운드를 키운다는 김하영(41)씨는 아예 이곳을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찾는다고 했다. “사는 곳(경기 부천시) 근처에선 큰 개를 산책시킬 공간이 마땅치 않아 반려견이 편히 뛰어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2013년 개장한 ‘달려라 코코’는 실제 6,500여㎡ 규모 부지에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언덕과 천연잔디 운동장, 놀이시설 등을 마련해놨다. 입장료만 내면 폐장시간(오후 8시)까지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반려동물의 에버랜드’라 불리기도 한다.

휴게소에는 반려견 식사나 간식을 판매하는 매장은 물론, 반려견과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휴게소 내 약국에는 동물을 위한 상비약도 준비돼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자연히 이곳으로 몰리니, 휴게소 전체에 활기가 돈다. 이날 반려견 ‘앙주’와 함께 온 주소영(29)씨는 “영동고속도로에 구간마다 많은 휴게소가 있지만, 반려견 때문에라도 이곳을 찾는 편”이라고 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불청객 대접을 당했던 반려동물이 어느덧 휴게소의 ‘귀한 고객’이 된 셈이다.

지난 15일 충남 서산휴게소 내 애견놀이터에서 한 반려견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김형준 기자

애견인구 1,000만 시대. 반려견도 여행을 함께 가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려견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개 편한 휴게소’가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반려묘(고양이)를 키우는 인구 또한 많지만,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주로 견주들을 겨냥한 서비스가 많다.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서울방향),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목포방향), 남해고속도로 진주휴게소(부산방향), 순천완주고속도로의 오수휴게소(전주방향) 등이 대표적이다. 반려견 ‘라떼’와 함께 최근 서산휴게소를 찾았다는 30대 최희진씨는 “규모가 더 큰 행담도휴게소를 거쳐왔지만, 반려동물에게도 충분한 휴식공간을 주고 싶어 일부러 서산휴게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휴게소의 애견놀이터는 아이디어도 좋고, 반려견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시설들이 전국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금 더 세심한 운영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많다. 애견놀이터만 완비돼 있을 뿐 식당이나 카페 같은 실내 시설을 반려견과 동반할 수 없는 등 ‘반 쪽짜리’ 반려동물 친화 휴게소도 많다는 얘기다. 최씨는 “서산휴게소만 해도 실내는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해 둔데다, 반려동물 보관 장소도 없어 사람이 식사하기 곤란한 실정”이라고 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문막휴게소에도 지난달 ‘애견카페’가 문을 열었지만 식당과 카페는 동물들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많은 견주들이 불편을 토로했다.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 이기우씨는 “고속도로휴게소에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는 반길 일”이라면서도 “놀이터만 만들 게 아니라, 반려동물이 자유로이 실내를 드나들 수 있는 여건을 갖추거나, 사람이 반려동물을 지켜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게소는 다양한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반려동물을 동행한 가족들이 그렇지 않은 휴게소 이용객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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