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라면, 떡볶이부터
랍스타 한우스테이크 초밥
테마공원 해먹쉼터 쇼핑몰…
휴게소간 손님 유치경쟁으로
레저 문화 즐길 공간 변신
여행의 경유지서 목적지로 진화
25일 경기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 내 위치한 ‘별빛정원 우주’ 조명이 빛나고 있다. 김형준 기자

예쁜 조명 앞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테마공원, 산과 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는 해먹 쉼터, 그리고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대형 놀이시설과 분수, 가상현실(VR) 체험시설까지.

언뜻 유명 여행지나 어린이 놀이공원, 대형 쇼핑몰에나 있을 법한 공간들. 그런데 이 모든 시설이 고속도로휴게소 안에 있다. 랍스터와 한우스테이크, 회전초밥까지 등장했다. 휴게소 간 손님 유치 경쟁 덕분이다.

쉼터란 의미를 담은 명칭이 무색해졌을 정도로 쇼핑, 레저, 문화, 식도락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한 휴게소는 어느덧 여행 경유지가 아닌 또 하나의 목적지가 됐다. 가을 행락객과 명절 귀성객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즐겁게 머물다 갈 만한 휴게소를 소개한다. 혹여 휴게소의 매력에 흠뻑 빠져 그대로 주저앉아 갈 길 못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시길.

▦덕평자연휴게소(경기 이천시ㆍ영동고속도로 양방향)

낮에도 다채롭지만, 해가 지면 더 화려해진다. 드넓은 휴게공간, 다양한 먹거리, 쇼핑시설로 진작 정평이 난 곳. 지난해 하반기 조명 테마공원인 ‘별빛 정원 우주’와 35m 상공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우주타워’ 전망대가 설치돼 주말 저녁이면 어린이 동반 가족은 물론 ‘인생샷’을 남기려는 청춘 커플들이 몰린다.

25일 찾은 이곳엔 입장시작 시간인 오후 7시쯤 수백 명이 붐볐다. 두 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성인 기준 1만8,000원ㆍ음료 포함)이 별도 판매되지만, 우주타워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선 30여분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35m 상공에 올라 휴게소 야경을 만끽한 뒤 커피 한 잔 들고 별빛 정원에 들어서니, 휴게소라기보단 차라리 야간개장 놀이공원이다. 5가지 테마의 조명 조형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막 찍어도 화보.’

한편에 마련된 애견놀이터 ‘달려라 코코’에선 신이 난 반려견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리 저리 뛰논다. ‘개 편한 휴게소, 여기 있었네.’

경기 시흥시 시흥하늘휴게소의 랍스타 반마리 토마토파스타. 김형준 기자

▦시흥하늘휴게소(경기 시흥시ㆍ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양방향)

고속도로 위에 떠 있는 복합쇼핑몰. 왕복 10차선 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3층 전문식당가에서 랍스터구이와 파스타로 식사를 마친 뒤, 한 층씩 내려오면서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 식당가에서는 갈비, 초밥, 베트남쌀국수, 삼계탕 등 다양한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

고속도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만들어진 지하1층~지상3층 건물엔 30여 개 상업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패스트푸드점과 한식전문점, 편의점은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약국과 안마ㆍ수면카페, 수유실, 파우더룸까지 갖춰져 가족단위 행락객에게 안성맞춤. “웬만한 동네 쇼핑몰보다 나은데?”

패션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입점한 2층엔 대형 과일가게도 들어서 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신선도가 높아 주부들의 발길이 꾸준하다고 한다. 버스환승센터, 카셰어링 공간도 갖춰져 차량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국내 몇 안 되는 개방형 휴게소다.

17일 경기 안산시 매송휴게소 내 분수와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김형준 기자

▦매송휴게소(경기 화성시ㆍ서해안고속도로 양방향)

휴게소 한 가운데 마련된 커다란 놀이시설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 얼굴이 한결같이 밝다. 인천에서 왔다는 주부 이용숙(39)씨가 말했다. “진짜 쉬는 것 같네요. 저렇게 놀면 집에 가서 ‘꿀잠’ 자거든요. 큭큭.” 아들 민규(7)를 향해 외친다. “놀아~ 더 놀아~!” 어른과 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휴게소 풍경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민규는 바로 옆 분수대 물놀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씨는 “분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아 수건과 여벌 옷도 미리 챙겼다”고 웃었다. 이씨처럼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즐겨 찾는 매송휴게소는 4월 문을 열었다.

고속도로휴게소 최초의 VR 놀이시설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만점. 올해 환갑이라는 김진규씨는VR승마를 마치고 내려온 뒤 “너무 재미 있어 휴게소에 올 때마다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주책”이라며 김씨를 지켜보던 그의 친구도 결국 “나도 한 번 해보자”고 지갑에서 현금 5,000원(이용료)을 꺼냈다.

강원 인제군 내린천휴게소 내 푸드코트 전경. 김형준 기자

▦내린천휴게소(강원 인제군ㆍ양양고속도로 양방향)

양양고속도로 특유의 장거리 터널을 빠져 나와 강원 인제군에 다다르면 산골짜기에 커다란 우주선 한 대가 상륙한 듯한 독특한 건물이 등장한다. 양양방향의 마지막, 서울방향 첫 휴게소. 옥상전망대에서 보이는 내린천과 방태산이 한데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4층은 푸드코트로 구성돼 상당히 넓지만, 창가 쪽 자리는 웬만한 대형빌딩 스카이라운지 부럽지 않을 정도의 풍경을 뽐내 가장 붐빈다. 다양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입점해 입맛을 자극한다.

3층과 4층 한쪽엔 양양고속도로와 터널 시공법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전시공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공간도 마련돼 유익하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박은아(35)씨는 “휴게소에서 30분 정도 머물려고 했다가 6세 아들이 전시관을 흥미롭게 둘러봐 1시간 넘게 머물고 있다”며 “시설도 깔끔하고 경관이 좋아 기념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했다.

25일 강원 동해시 동해휴게소에서 어린이들이 해먹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동해휴게소(강원 동해시ㆍ동해고속도로 동해방향)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로 유명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식당 전체가 ‘오션뷰(Ocean view)’다. 창가자리 의자 높이는 보통 식탁보다 다소 높은데, 아이들도 함께 창가자리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유아식탁도 마련했다.

1,500원짜리 ‘착한 떡볶이’ 3,000원짜리 ‘착한 라면’이 눈에 띈다. 관광지에서 먹방을 찍었거나, 곧 찍을 계획인 이들이 많이 찾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 ‘출출하되 1인분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아주 고마운 메뉴들이다.

한 층 아래 야외 전망대 쪽엔 해먹(달아매는 그물침대)이 있다. 부모는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인 동해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아이들은 평소 누워볼 일 드문 해먹 위에서 ‘흔들흔들’ 재미를 만끽한다. 차에서 내릴 때 1,000원짜리 지폐나 500원짜리 동전이 있다면 챙겨 나가는 게 좋다. 농구나 두더지잡기 같은 오락기와 장난감뽑기기계가 ‘어른이(어린이 같은 어른)’들을 유혹한다.

17일 충남 당진시 행담도휴게소에서 한 반려견이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행담도휴게소(충남 당진시ㆍ서해안고속도로 양방향)

해질녘 노을 진 서해대교를 배경으로 멋진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이곳을 지나쳐선 안 된다.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시를 잇는 길이 7㎞ 다리 아래 위치한 ‘행담도’에 유럽풍으로 지어진 이곳 휴게소에선 서해대교가 보이는 방향으로 아예 기념촬영장소가 마련돼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창을 형상화한 ‘포토존’은 붐빌 땐 줄을 서야 할 정도다.

다양한 음식을 한 번에 맛보고 싶다거나 국과 밥 정도로 간편히 식사를 해결하고 싶은 경우라면 자율식당을 이용하는 게 좋다. 육류, 어류를 포함한 30여가지 반찬 가운데 필요한 것만 골라 계산해 먹으면 된다. 반찬을 정신 없이 담다간 2인분 가격이 나올 수 있으니 정신 줄 단단히 붙들 것. 2층엔 아웃렛 의류매장도 있다.

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에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성신여대 제공

▦망향휴게소(충남 천안시ㆍ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최근 국내 유명 작가들과 미술대학 학생들 작품 45점이 손님을 맞는 열린 미술전시관으로 거듭났다. 광복 73주년을 맞아 성신여대 교수진과 학생들이 휴게소 옥상과 화장실 유리창, 고목나무 아래 등에 재능기부 형태로 미술작품을 기부하면서다.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고향을 그리며 숨진 동포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망향의 동산을 마주하고 있어 의미 또한 남다르다.

과거 전국 휴게소 대표 간식이던 호두과자의 본고장이기도 해 이곳에서만큼은 다른 간식들을 제쳐두고 호두과자를 찾는 이들이 많다. 식당에선 닭발과 월계수잎, 각종 한약재로 육수를 내 향이 깊다는 ‘명품 닭개장’이 단연 인기 메뉴다.

고창고인돌휴게소 내 파크골프장. 한국도로공사제공

▦고창고인돌휴게소(전북 고창군ㆍ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9홀 규모의 공짜 골프장이 있다. 나무채로 나무공을 치는 방식의 ‘파크골프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 골프장과 이어진 공원에선 여행에 지친 견공들이 뛰놀거나 산책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의 정성이 가득한 휴게소 음식들도 별미다. 고창 특산물 장어를 활용한 장어탕을 1만원도 안 되는 가격(9,000원)에 맛볼 수 있다. 단, 휴게소 안에 고인돌이나 관련 전시관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고성공룡나라휴게소 내 공룡체험관. 한국도로공사제공

▦고성공룡나라휴게소(경남 고성군ㆍ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방향)

온 휴게소가 공룡전시관이다. 주차장부터 대형 공룡 조형물이 맞아주고 내부로 들어서면 식당 한 편에 모형 공룡이, 벽면에는 공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공룡 테마관에서는 평일 2회, 공휴일 4회 공룡 관련 영상을 상영한다. 주변 관광지 설명도 충실하다. 공룡이 어디선가 숨어있다 튀어나올 듯 울창한 대나무숲길은 산책하기에 좋다.

운전자의 쾌적한 컨디션 유지와 안전 운행을 위한 배려도 훌륭하다. 무료 개방되는 휴게텔엔 락커룸과 비누 등 샤워용품, 안마기까지 갖춰진 온수 샤워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실이 마련돼있다.

김형준 기자 mediaoy@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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