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13> 난임부부

22만명에 이르는 난임 부부들은 여전히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23일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ㆍ우울증상담센터에서 이소희 부센터장이 난임 관련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난임 부부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제도 개선 과제 중 하나는 건강보험 적용 기준의 완화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음에도 나이 제한(44세 이하 여성)과 횟수 제한(체외수정 7회ㆍ인공수정 3회)에 발목 잡혀 출산을 포기하거나 의료비 폭탄을 감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난임여성 오민아(39ㆍ가명)씨는 “저출산 대책에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 마당에 재정이 모자라 제한을 둔다는 정부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27일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과학적 근거와 난임 여성의 건강을 고려하더라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난임 시술은 시술 대상자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임신 확률 및 출생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유산율은 증가하는 등 의학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재원이 한정된 건강보험의 특성상 치료 횟수 제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여러 다른 나라들도 지원 횟수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공식 입장(지난해 7월 참고자료)이다.

하지만 초(超)저출산을 감안해 좀 더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주창우 서울마리아병원 가임력보존센터장은 “어차피 난임 시술은 40대 후반 폐경 전까지만 받을 수 있어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완화한다 해도 재정이 무한정 들어가지는 않고, 위험한 고령 임신 등은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면서 “난임 부부의 절실한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횟수, 연령 범위 내에서 보장성을 넓히는 과제도 급선무로 꼽힌다. ‘검진→시술→사후 관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치료 과정에서 현재 건강보험이 전면 적용되는 분야는 시술뿐이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ㆍ우울증상담센터장은 “난임 진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난소 나이 검사(AMH) 등의 검사나 일부 치료 항목에 여전히 비급여가 많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체외수정을 하는 사람은 초기 착상 단계까지 꼭 써야 하는 황체호르몬제제 역시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비급여”라면서 “이런 필수 항목은 서둘러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 역시 “난임 지원이 너무 병원 치료 중심으로 편중된 탓에 사각지대가 생긴다” 면서 “난임 관련 교육과 예방 사업 등을 포괄한 ‘난임 헬스케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난임 부부를 대하는 주변사람들의 태도 또한 바뀌어야 한다. 박춘선 회장은 “난임 부부를 격려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임신이 잘 된다더라’라는 식의 부정확한 정보를 주거나 과하게 간섭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일가 친척일수록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난임 부부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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