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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의자 없이 종일 서서 일해도 20년 동안 한 명도 유산하지 않았다.” “퇴사하면 머리채를 확 그냥….”

연간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에 근접하고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 붓지만, 아직도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신한 직원에 대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임신 또는 육아휴직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제보가 총 300여 건 들어왔다고 2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제보는 56건으로 '불이익'이 26건(46.4%)으로 가장 많았고, ‘퇴사 강요’ 16건(28.6%), ‘임산부 괴롭힘’ 13건(23.2%), 기타 1건(1.8%)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교사인 제보자 A씨는 원장에게 임신하면 일을 그만두겠다고 미리 밝히고 유치원에 취업했는데, 임신해서 퇴사를 신청하자 원장으로부터 "퇴사하면 머리채를 잡아서 흔들겠다” "퇴사하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동종 업계에 뿌리겠다"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공공병원 소속 약사 B씨는 임신 중 유산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 육아휴직을 요청했지만, 상사는 "내가 언제 그렇게 너를 혹사시켰나?" "내가 일할 땐 의자도 없이 종일 서서 일했는데, 20년 동안 한 명도 유산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결국 B씨는 퇴사를 택했다.

직장인 C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려 하자 회사로부터 "퇴사를 전제로 육아휴직을 준 것"이라며 퇴사를 종용 받았다. C씨는 회사에 복직했으나 10년간 해온 경리 업무가 아닌 기술영업부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됐다. 업무 외 사적 대화를 금지하며 모든 대화를 녹음하겠다는 사측 통보도 받았다.

직장갑질119는 “모성보호 갑질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으면,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한국사회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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