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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비 판사 보도에 취재 막은 양승태 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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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비 판사 보도에 취재 막은 양승태 대법

입력
2018.08.27 04:40
수정
2018.08.27 08: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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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언론대응 방안’ 문건 확보

정운호 게이트 로비 보도하자

형사 공보관 등 취재 거부 정황

다른 판사들 수사 확대 막으려

검찰총장 의혹 유포까지 제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뒷조사와 재판개입 등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뒷조사와 재판개입 등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이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판사에 대한 언론 취재를 가로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 수사가 다른 판사들로 확대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016년 4월 말 서울중앙지법 형사 공보관이 작성한 ‘언론대응 방안 검토’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재판장과 식사만남 정운호 측 브로커 횡령 등 10건 연루’라는 제목의 종합일간지 보도 내용을 요약한 뒤 언론사별 반응과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문건에 담겼다. 해당 기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씨가 임모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정 전 대표 구명 로비를 했고, 다른 브로커로 의심 받는 골프강사 정모씨와 함께 해외여행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문건 작성자는 ‘최종 확인되지 않은 의혹 보도로 개인 및 사법부 신뢰 타격 입힌 점 강한 유감 표시’ ‘당분간 취재협조 응하지 않음이 상당’하다고 했다. 민사ㆍ파산 공보관, 대법원 공보관으로 취재 불응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뒤 ‘확전 방지 위해 형사 공보관으로 한정이 타당’이라고 제안했다. 문건은 신모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에게 보고됐고, 이후 판사 관련 의혹을 취재하는 언론들에게 거부 의사가 실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는 이와 더불어 2016년 8월 작성된 ‘정운호 수사 관련 보도 현황’이라는 문건도 있다. 정 전 대표 원정도박 사건이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의혹 등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보도된 것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사실상 검찰 측을 협박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됐다. 2016년 8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문건에는 ‘중대한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법관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적혔다. 수사 중단 메시지를 검찰에 전달하기 위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정 전 대표 ‘봐주기 의혹’을 유포할 것을 제안했다. 김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4년 정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언급한 뒤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 (정 전 대표 사건을 맡았던) 홍만표 변호사의 성공한 로비 사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협박 메시지 전달 경로로 김 전 총장과 대학ㆍ사법연수원 동기인 임종헌 전 차장을 꼽고, ‘메시지를 거부할 경우 향후 검찰의 특수수사에 엄격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전달함으로써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선 법원의 각종 영장 발부와 형사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관련 수사기록에 의하면’이라는 구절도 들어가 있어, 검찰 수사기록까지 빼내 문건 작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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