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토니모리, 에뛰드 등
상반기 줄줄이 적자, 영업손실
대기업 H&B 확대까지 겹쳐
신세계의 화장품 전문 편집숍 시코르 내부. 신세계 제공

이른바 ‘K 뷰티’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새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기존 화장품 업체들은 오히려 수익이 뒷걸음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2억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는 53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토니모리도 올 상반기 8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기업 산하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에뛰드하우스는 상반기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아모레의 또 다른 브랜드 에스쁘아도 상반기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업체들의 잇단 수익성 악화는 서울 명동 상권을 지탱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대기업의 H&B(헬스 앤드 뷰티) 스토어가 기존 브랜드숍 영역을 파고든 여파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정된 내수 시장에 새로운 업체들이 대거 화장품 제조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영향도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부분의 유통 채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신세계, 롯데, CJ, GS 등 대기업들은 최근 공격적으로 H&B스토어와 화장품 편집숍을 확장하고 있다. CJ그룹의 H&B스토어 올리브영이 1,050여 매장으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롯데의 롭스, GS의 랄라블라, 이마트의 부츠 등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는 각각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라코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화장품 편집숍은 현대백화점, 애경 계열 AK플라자도 이미 뛰어든 상태이고, 아모레퍼시픽은 조만간 H&B스토어를 낼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갈수록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2013년 3,884개에서 지난해 1만80개로 불과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LF(패션), 국순당(주류), 모닝글로리(문구), 동원(에너지개발), KGC인삼공사(인삼식품), 뉴보텍(상하수도 배관), 엘아이에스(레이저장비), 유한양행(제약), 한솔교육(영유아 교육) 등 화장품과 무관하던 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화장품 제조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건 화장품 구성 원료와 기술력을 조달할 수 있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ㆍ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장이 잘 갖춰져 있어 진입 장벽이 낮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원료와 기술 개발 등 차별화된 전략 없이는 대기업도 향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비슷한 전략과 상품으로 경쟁하는 업체가 많은 만큼 차별화된 기술과 전략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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