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당원 지지 노려 가고시마서
“새로운 국가 건설” 메시지 던져
3연임 성공 땐 사상 최장 총리
이시바 측은 역풍 우려 비판 자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 있는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장관의 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먀구치=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달 20일 총재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해 내년 11월 말까지 집권할 경우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최장 재임기록은 가쓰라 다로(桂太郎ㆍ1848~1913) 전 총리의 2,886일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가고시마(鹿兒島)현 시찰 중에 기자단과 만나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국민이 큰 지지를 준 것이 불과 11개월 전으로 국민의 부탁에 응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며 “앞으로 3년간 자민당 총재, 총리로서 일본을 이끈다는 각오로 총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도쿄로부터 멀리 떨어진 가고시마에서 출마선언을 한 것은 지방 부흥을 강조, 지방당원들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가고시마가 올해 150주년을 맞은 메이지(明治)유신의 근거지라는 점도 이날 강조한 ‘새로운 국가건설’이란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투표(405표)와 지방당원 등이 참여하는 지방표(405표)로 결정된다.

당초 출마를 저울질했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장관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2012년 대결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의 6년 만의 리턴 매치가 치러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선 헌법 개정과 아베노믹스 평가, 당내 아베 1강 독주에 대한 견제가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 개헌과 관련해 “언제까지 논의만 계속할 수 없다”며 “개헌안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정리를 서두르겠다”고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본격 개헌작업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미 자민당은 헌법 9조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 불보유)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존재를 명기한 개헌안을 마련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통해 전후 개헌의 물꼬를 튼 다음, 추가 개헌을 통해 다른 조항도 손을 대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력 불보유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개헌안의 모순점을 지적해 왔다. 개헌에는 긍정적이지만, 9조 개정과 관련해선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 강화의 필요성과 경제회복의 혜택이 지방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까지는 아베 총리가 당 소속 국회의원 7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 승기를 잡은 형국이다. 수적 열세에 몰린 이시바 전 간사장 측은 그간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을 겨냥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정직ㆍ공정’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아베 총리 저격에만 집중할 경우 당내에서 ‘야당만 유리하게 된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시바 전 간사장 지지를 선언한 다케시다(竹下)파 참의원들 중에는 아베 총리가 승리한 뒤 자신들을 당과 정부 인사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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