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 법인 자율에 맡겨져
기준 제각각,불공정 사례 많아
“시정요구 안따라도 제재 못해
교육당국 감독권한 강화해야”

#대전의 A고등학교는 2015년 3월 정규교사 채용시 1차 전형에서 필기 및 논술시험을 실시한다고 공고했으나 실제로는 필기와 서류평가만 진행됐다. 감사 결과 이 학교 교장의 딸이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B고등학교의 2014년 중국어 교사 채용 실기시험에는 관광 교과 담당인 교감이 혼자 평가위원으로 들어갔다. 지원자 중 법인 이사장의 처조카 C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C씨는 최종면접에서 사촌언니인 행정실장에게 최고점을 받아 교사로 채용됐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사학 채용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사립학교 교원 채용 매뉴얼’ 제작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6일 “사립교원 채용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 시도교육청에 공통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견수렴을 통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중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의 사립교원 인사지침에 채용관련 내용이 있지만, 교육부 차원의 지침이 마련되는 것은 처음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구원기자

교육부가 매뉴얼 제작에 나선 이유는 사립교원 채용의 전 과정이 법인의 자율에 맡겨져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신규 교원 채용 시 공개전형을 거치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도 공개전형에 필기ㆍ실기 및 면접시험 등의 방법이 있다고만 정할 뿐, 공정성을 담보할 시험단계나 방법, 평가자 선임 등은 임용권자가 결정하도록 했다. 법인 내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법인이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구조상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감사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시도교육청과의 합동 감사 결과에서도 사립교원 선발 시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시험방식을 중도에 변경하는 등 다수의 부실채용 실태가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사립 초중고교에 채용된 교사 5,660명중 982명(17.4%)는 서류전형만 거친 채 채용됐다. 시험을 전혀 보지 않고 채용된 경우도 23명(0.4%)이다. 국ㆍ공립학교 교원 채용 시엔 1차 필기시험에서 선발예정인원의 1.5배수만 합격시키지만, 사립의 경우 76.8%가 3배수 이상을 합격시켰다. 10배수 넘게 합격시킨 경우도 8.7%다. 인천 D여고는 2015년 채용에서 특정인 선발을 위해 당초 5배수로 결정됐던 1차 필기 합격배수를 10배수로 늘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2007~2016년까지 사립학교 교원 불공정 채용사례로 적발된 경우가 269개 학교, 867명에 이르렀다. 2016년 한해만 60곳에서 212명이 적발됐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상 학교가 교육당국의 시정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실효성이 낮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기존 시도교육청의 인사지침 역시 권고사항이라 부정이 적발돼도 처벌 근거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결함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사립교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채용과정에서 관할청의 지도ㆍ감독 권한이 먼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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