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몸을 풀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반환점을 돌았다. 매 승부 짜릿한 전율을 전해주며 대회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유난히 생소한 종목이 많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보다 문뜩 떠오른 영화가 있다. 5년 전 한국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이다. 1958년 프랑스의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스피드 타이핑 대회라는 이색 소재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당시엔 스피드 타이핑이 인기 스포츠였다고 한다. 2차대전이 끝나고 자동차, 비행기 등 스피드에 열광하던 시기, 여성들의 타이핑에서도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스피드를 겨루는 세계 대회가 있었던 것. 감독은 195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타이핑 대회의 모습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세 번째 큰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결을 달리한다. 지역이 한정되다 보니 규모나 수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 제전은 더 스포츠 본연의 아마추어리즘에 집중할 수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아시안게임에선 볼링, 세팍타크로, 카바디, 스쿼시 등의 비올림픽 종목도 열리기에 메달 수가 올림픽 보다 훨씬 많다. 이번 대회에는 스포츠클라이밍, 브리지, 제트스키, 패러글라이딩 등이 새로 선보였다.

이중 인도의 국기(國技)인 카바디가 국내에서 최근 큰 관심을 모았다. TV중계를 해주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등을 일부러 찾아가며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 여자팀은 아깝게 탈락했지만, 남자팀은 결승까지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렸다. 언뜻 술래잡기 등의 골목놀이 같지만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민첩한 몸놀림과 지구력이 필요하고 상당한 격한 몸싸움이 수반되는 스포츠다. 끊임없이 “카바디”를 외치면서 움직여야 하는 호흡운동으로 석가모니도 수련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스포츠라고 한다. 호흡수련의 정적인 부분이 요가로 굳어졌다면, 동적인 요소로 남은 것이 카바디다. 지금 인도에서 서민층에겐 카바디가 최고 인기 스포츠다.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이 테이블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브리지와 온라인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등이 당당하게 스포츠의 이름으로 메달을 겨루는 곳이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의 잔치여야 할 아시안게임이 ‘병역게임’이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프로야구 몇몇 선수의 대회 참가에 반대하는 이들은 SNS에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란 해시태그를 달며 조롱하고 있다. 미운 털 박힌 선수들은 과도한 인신공격까지 받고 있다. 축구에서도 모든 관심은 한국 축구의 자존심 회복 보다 ‘월드 스타’ 손흥민의 병역특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국이 워낙 흥분을 하니 외신들도 덩달아 손흥민을 걱정하고 나서는 코미디가 연출된다. 물론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무게감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다양성과 순수성을 강조하는 아시안게임을 단순히 군대를 안 가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며 얕잡아 봐서야 되겠는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운동선수 병역특례를 폐지하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낡고 오래된 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이다. 못살고 어렵던 그 시절엔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는 분명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45년이 흐른 지금에도 스포츠 선수에게 국위선양을 바라는 게 맞는가 싶다.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갈망하는 이유가 병역면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마추어를 상대로 한 프로들의 ‘잿밥 투혼’은 그 결과가 어떻든 볼썽사나울 뿐이다.

아시안게임에 카바디, 브리지, 리그오브레전드가 생뚱맞은 것인지, 병역특례만을 노리고 달려드는 프로선수들의 행태가 생뚱맞은 것인지. 아시안게임의 병역특례 폐지를 적극 고려해볼 때다. 게임은 그냥 게임일 때 가장 아름답다.

이성원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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