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비핵화 협상 지지부진에
“중국 비협조적 태도 탓” 공개 불만 표시
시 주석 방북 땐 ‘美와 정면대결’ 시선 부담
“北비핵화-무역갈등 연계, 더 복잡한 상황”
中외교부, 성명 내고 “트럼프는 무책임” 비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다음주 4차 방북 계획이 24일(현지시간) 취소됨에 따라 9월 초로 추정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지지부진한 진행과 관련,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에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9ㆍ9절을 즈음해 북한을 찾는다면 미국에 대한 정면 대결 선언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4차 방북 계획은 이달 말부터 릴레이로 이어질 한반도 정세 관련 대형 외교 이벤트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룰 경우, 9월 초 시 주석의 방북이나 같은 달 중순쯤으로 점쳐졌던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게 확실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나아가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채택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과 함께, 이런 구상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북미 회담 결과를 주목해 온 중국과 시 주석으로서도 향후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폼페이오 장관의 향후 방북 일정에 대해 “미중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시 주석 설득’에 진짜 목적이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견해다. WP는 “트럼프의 전략은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국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재개하고 미국이 북한한테서 유의미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도록 시 주석이 갖고 있는 지렛대를 활용토록 하겠다는 목표로 보인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무역분쟁과 대북 문제에 있어, 중국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포석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과의 협상이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중국 배후론’을 종종 꺼내 들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결국에는 중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미 관계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갈등까지 커지는 상황을 시 주석으로선 피하려 할 공산이 크다. 자신이 직접 방북하기보다는 정치국 상무위원급을 보내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그와 동시에 무역갈등도 수습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이라는 명분으로 평양 방문을 강행,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부수’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확실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혼돈에 빠져 들었다는 사실이다. 북한과 미국, 중국, 한국 등 당사국들의 셈법도 훨씬 더 복잡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대중 무역협상을 명백히 연계시킨 것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에서 미국 입장이 훨씬 더 강경해졌기 때문에 중국이 이전처럼 (북한) 비핵화 절차를 돕고 있지 않다”는 트윗을 올린 것과 관련, 이튿날인 25일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외교부에 게재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뒤, “중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과정에서 계속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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