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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떠난 ‘영원한 하숙생’ 최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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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떠난 ‘영원한 하숙생’ 최희준

입력
2018.08.24 22:01
수정
2018.08.25 12:3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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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생' 등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최희준은 구수한 목소리에 친숙한 모습으로 1960~70년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연합뉴스
'하숙생' 등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최희준은 구수한 목소리에 친숙한 모습으로 1960~70년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연합뉴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노래 ‘하숙생’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최희준(본명 최성준)이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최희준은 ‘서울대 법대 출신 1호 가수’라는 화제성과 정감 있는 외모, 구수한 음색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데뷔해 ‘길 잃은 철새’, ‘진고개 신사’, ‘맨발의 청춘’, ‘팔도 강산’ 등의 히트곡을 여럿 냈다.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은 1964년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곡으로 쓰여 유명하다. 최희준은 ‘하숙생’으로 1966년 MBC 10대 가수가요제 초대 가수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희준의 음악 활동은 다양했다. 그는 1963년 유주용, 박형준 등과 남성 사중창단 ‘포클로버스’로도 활동했다. ‘저녁 한때의 목장 풍경’이 대표곡.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이때 최희준이 부른 밝고 건강한 노래는 한국 전쟁 이후 국가 재건에 땀을 흘리던 국민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고 의미를 뒀다.

최희준은 어려서부터 ‘음악 마니아’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군방송 ‘AFKN’을 들으며 당시 최신 팝송을 외우다시피 했다. 최희준은 서울대 법대 3학년 때였던 1957년 학교 축제에서 샹송 ‘고엽’을 불러 입상하면서 가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당시 최희준의 노래 파트너는 법대 동기였던 ‘가야금 명장’ 고 황병기였다. 학교 축제 입상 후 최희준은 1959년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데뷔를 준비했다.

최희준은 가요사에 새길을 내기도 했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노래를 선보여서다. ‘한국의 냇 킹 콜’로 불린 그가 선보인 노래는 당시 트로트 일색이던 가요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최희준은 평생 가수로서 한 우물만 파지는 않았다. 그는 ’가수 출신 정치인 1호’이기도 하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도 펼쳤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이듬해 열린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동안구 갑선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박성서 음악평론가는 “최희준은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도 늘 자신의 지역구가 둘이라고 했다”며 “하나는 지역구였고, 다른 하나는 가요계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회고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엔 잠시 사업을 하기도 했다.

가수 출신 정치인이었던 만큼 대중문화 발전에도 힘썼다. 최희준은 정치인 시절 라이브 클럽 합법화 등 문화계 현안을 해결했다.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대중음악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최희준은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주변을 챙겨 가요계에서 신망도 두텁다. 최희준의 예명은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쓴 작곡가 손석우가 지어줬다. ‘항상 웃음을 잃지 말라’는 뜻에서 이름에 ‘기쁠 희(喜)’자를 넣어 줬다고 한다.

최희준은 동료들 사이 ‘찐빵’으로 불릴 정도로 친근한 이미지였다. 희극인 고 구봉서는 최희준이 무대에 섰을 때 조명의 열기로 짧은 머리에서 김이 나는 모습이 찐빵 같다며 그의 별명을 찐빵으로 붙였다는 후문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02)2258-5940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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