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형 당뇨병 완치에 효과적 기술
관련법 국회 계류, 정부 관리도 뒷짐
췌도 등을 인체에 이식할 수 있는 무균돼지.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제공

지난 14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당뇨병을 완치할 ‘돼지 췌도 이식’ 기술을 개발했지만 정부 외면으로 세계 최초로 시행될 임상시험이 좌초될 위기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1형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돼지 췌도 이식 기술을 개발했지만 정부 지원이 없어 사업단 연구기간 안에 임상시험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모범 연구사례로 평가 받았던 1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 이어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2013년 6월에 출범했다.

돼지 췌도 이식은 어린이에게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다. 제1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를 차지하는데, 현재 인슐린 주사가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인슐린 주사는 불편하고, 장기 손상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췌장을 이식할 수도 있지만 공여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2004년부터 돼지 췌장에서 내분비세포가 밀집된 췌도를 분리해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사업단은 2015년 11월 당뇨병 원숭이에 돼지 췌도를 이식해 최대 1,000일까지 혈당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전(前)임상에 성공해 다음달 서울대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WHO 가이드라인은 돼지 췌도를 이식 받은 원숭이 8마리 가운데 5마리(현행은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거나 인슐린 주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태에서 비슷한 혈당을 유지하고, 1~2마리가 이 같은 효과를 1년 이상 유지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종(異種) 장기 이식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지면 각막, 캡슐화 췌도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 등 해외에서 임상시험한 사례가 있지만 학계가 공인한 연구 결과는 내놓지 못했다.

박 단장은 “환자를 보호할 법규와 관리기구가 중요한데 이종 이식 근거 법이 없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내 어느 곳도 관리기구가 아니라고 해 연구 진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2016년 2월과 지난달 이종 이식 관리규정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아직 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은 이미 관련법을 시행해 운영하고 있다. 사업단은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로 임상시험 계획을 짜 놓은 상태지만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박 단장은 “사업 기간인 내년 5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못하면 사업단 자체가 와해돼 국가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이종 이식에 대한 선도적 지위도 상실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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