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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승만의 건국절 인식

입력
2018.08.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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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법령이나 고시를 게재하는 공문서가 관보(官報)다. 근대적 관보 발행은 1894년 갑오경장부터 시작됐으며 대한민국의 정식 관보는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9월1일 처음 나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1호 관보의 발행 날짜가 특이하게도 ‘대한민국 30년 9월1일’로 표기돼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그 해를 ‘대한민국 1년(또는 원년)’으로 간주하지 않고 30년 전인 1919년을 원년으로 본 것이다. 적어도 정부 수립 당시 행정부는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으로 판단한 셈이다.

▦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인식은 어땠을까. 예상과 달리 그 또한 당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헌법 제정 과정에서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이라는 대목을 전문에 넣도록 주문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제헌국회 개회사나 대통령 취임사, 정부수립 기념사 등에서도 그는 48년 당시를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기했다.

▦ 이승만 대통령 스스로 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이라 지칭한 적이 없다. 그는 도리어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력을 정통성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진보 진영이 임시정부를 건국의 기점으로 삼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보수 진영에서 이승만 정부 출범 기념일을 ‘건국절’로 기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정작 이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를 건국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도리어 아이러니한 역설이다.

▦ 대한민국 관보 발행 70주년을 맞아 관보의 의미가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재조명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1호 관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간접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9월 한달 동안 관보의 날짜를 70년 전 방식과 동일하게 ‘대한민국 100년 9월*일’로 표기하자는 특별한 이벤트를 제안하고 있다. 내년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행사를 치르겠다는 정부가 이런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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