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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심 “삼성, 영재센터 지원 뇌물”… 재판 보이콧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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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심 “삼성, 영재센터 지원 뇌물”… 재판 보이콧도 악영향

입력
2018.08.25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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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삼성물산 합병에 결정적 도움” 

 제3자 뇌물죄 가장 엄격히 적용 

 1심 ‘묵시적 청탁 불인정’ 뒤집어 

 18개 혐의 중 17개 유죄로 판단 

 항소 포기도 중형 선고에 영향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24일 선고공판에서 기왕에 있었던 국정농단 관련 재판 가운데 유죄 인정 범위를 가장 엄하고 폭넓게 판단하면서 형량도 1심보다 늘어난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감경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 포기와 재판 보이콧이 재판부의 중형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 중 17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판단과 달라진 대표적인 혐의가 바로 삼성 관련 뇌물 혐의다. 특히 제3자 뇌물죄(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도록 한 것)에 대해 여느 국정농단 관련 재판 중에 가장 엄한 판단을 내렸다. 1심과 달리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을 그 대가로 본 것이다. 여기서 승계작업은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삼성전자ㆍ삼성생명)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항소심 “삼성 승계작업 있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4월 6일 선고 당시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그 존재 여부가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돼야 한다”며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된 개별현안들이 있었고, 이것이 직ㆍ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개별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 그것이 반드시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명시적인 것은 물론 묵시적 부정 청탁 또한 없었다고 봤다.

승계작업 존재와 이를 대상으로 하는 부정한 청탁은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구성하는 핵심 요건이다. 공무원이 돈을 직접 받는 단순 뇌물은 직무연관성만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최순실씨가 경제적 이익을 얻은 제3자 뇌물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만 해 범죄 성립이 까다롭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 1심과 달리 당시 상황을 포괄적으로 인정해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당시는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등으로 대주주 일가 지배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향후 지배권 약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고, 청탁 대상인 승계작업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단독면담 직전에 승계작업 관련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봤다.

 “정유라 승마지원 관련 약속도 뇌물 유죄” 

정유라씨 승마 지원 부분도 1심보다 더 폭넓게 인정됐다.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기 위해 213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약속을 할 당시엔 213억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단 의사가 확정적이지 않았으나, 최씨와 이 부회장 간 뇌물이 마지막으로 수수된 2016년 7월 26일(코어스포츠 용역대금 지급) 이후에도 두 사람 사이에 액수 미상의 금액을 ‘올해 아시안게임까지는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겠다’는 의사가 서로 확정적으로 맞아 떨어졌다며 유죄로 봤다.

항소심의 엄한 판단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한몫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 실체적 진실 밝혀지기 원하는 국민의 마지막 바람마저 저버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이 1심 결과에 항소하지 않아, 재판부가 먼저 나서서 감형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보는 분석도 있다.

항소심에서 ▦삼성 측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의 보험료 ▦포스코그룹 펜싱팀 창단 요구 등 혐의는 각각 유죄에서 무죄,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안이 중하지 않아 형량을 낮추는 요소는 되지 못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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