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삼성 경영권 승계 둘러싸고
묵시적 청탁 오간 것으로 인정
최순실 징역 20년, 안종범 징역 5년
[저작권 한국일보]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상 초유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2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그가 받는 18개 혐의 중 대부분인 17개가 유죄로 인정됐고, 권력형 비리로는 역대 최고형을 받았다. 삼성에서 받은 뇌물 액수가 1심보다 더 많이 인정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대법원 재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그 권한을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순실과 공모하여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형량은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이 올 4월 선고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보다 더 늘었다. 형량이 더 세진 것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삼성 관련 일부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을 1심과 달리 유죄로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묵시적 청탁’이 오간 것으로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포스코그룹에 대한 펜싱팀 창단 요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는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뇌물수수 혐의에 비해 약한 혐의라 형량을 낮추는 데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씨도 2심에서 중형을 면치 못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선고 직후 열린 최씨의 선고공판에서 최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벌금(180억→200억원)은 늘고, 추징금(72억→70억5,281만원)은 줄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의 금품을 받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1심(징역 6년)보다 낮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결과를 두고 검찰은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항소심이) 묵시적 공모를 확대한 것은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21세기의 망령으로 되살아 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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