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그리 친하지는 않았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함께 보좌한 둘 사이엔 늘 거리감이 있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문 대통령을)그렇게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김 위원장이 제1야당의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뒤 축하 전화도 한 통 없었다고 한다. 한배를 타고 같은 주군을 모셨던 두 사람이 정치적 대척점에 서게 된 운명이 기구하다.

▦애초부터 두 사람은 길이 달랐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운명적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김 위원장은 행보가 모호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말기 총리 제의를 수용하고 보수진영으로 선회한 뒤 진영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는 의구심 투성이다. 대권 도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그는 “권력 욕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발간한 책 ‘대통령 권력’에서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초까지 정치를 권유했다.(중략)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썼다. 정치는 노 전 대통령의 뜻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탈국가주의’ 이슈에 이어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문재인 정부에 포화를 집중시키고 있다. 시장경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분배를 우선시하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달가울 리 없다. 그러면서 ‘노조와 운동권 세력에 포획된’ 문 대통령이 지지기반에서 벗어나라는 주문까지 내놓고 있다. 진단과 처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김 위원장의 공세가 여권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참여정부 정책의 설계자인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내부 사정에도 정통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정책 혼선으로 국정운영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한국당 지지율이 조금씩 움직이는 분위기다. 힘을 받은 김 위원장은 “한국당이라도 바로 서서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겠다”며 제1야당의 역할론까지 거론했다. 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실책에 기댄 반사이익 정도로 기사회생할 수는 없지만 야당이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는 것 자체로 반길 일이다. 야당이 무기력하면 여당이 오만과 독주에 빠지는 법이다. 길은 달랐지만 ‘노무현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두 정치인이 선의의 경쟁에 나서길 바란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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