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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광고 대행 시장의 ‘통행세’

입력
2018.08.24 11:07
수정
2018.08.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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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의 광고는 광고주가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고, 광고대행사가 광고의 기획ㆍ제작ㆍ매체선정ㆍ효과분석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거쳐 광고가 실시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광고산업의 사업체 수는 약 5,800개이고 종사인원은 약 5만3,000명이다.

정부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라는 중간 기구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 되어 있고 언론재단이 민간 광고대행사를 선정하여 광고가 실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는 1972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지속되고 있다. 언론재단은 광고대행사의 선정과 세금계산서 발행 등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광고의 기획ㆍ제작ㆍ효과분석 등 광고의 주요한 기능은 민간 광고대행사가 하고 있다.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중간에서 독점 대행하는 현행 제도는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첫째로, 연간 약 600억~700억원 규모의 불필요한 ‘통행세’가 정부예산으로 언론재단에 지불되고 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발주액의 4%(방송ㆍ인쇄 광고)~10%(온라인광고)를 수수료로 떼어 가고 있는 데 이 금액이 2017년 기준 662억원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서 언론재단과 같은 중간기구를 통해 정부광고를 하는 사례는 없다.

둘째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년에도 한진ㆍ효성ㆍ하이트진로 등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관행을 조사하고 과징금 부과와 검찰고발을 하였는데, 정부가 민간기업의 통행세 지불을 조사ㆍ처벌하면서, 정부광고 발주 시 언론재단에 통행세를 지불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모순이며 정당화되기 어렵다.

셋째로 민간 광고사업자가 직접 정부광고를 수주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광고 대행시장의 경쟁이 저해되고 있고 민간 광고대행사에 지불될 수수료가 언론재단에 통행세로 지불되기 때문에 민간광고 대행시장이 위축ㆍ왜곡되고 있다. 또, 광고산업의 39세 이하 종사자 비율(71.5%)이 전체 고용시장의 비율(35.2%)보다 2배 이상 높은 점을 고려 시 언론재단에 대한 통행세 지불은 청년고용 확대에도 역행하고 있다.

넷째로, 카카오톡ㆍ구글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벤처 회사는 설립 초기에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대신 온라인광고를 수익원으로 하여 출범하고 일정한 궤도 진입 시 유료서비스로 수익모델을 변경하여 발전하는 데, 언론재단에 대한 통행세 지불은 인터넷벤처 회사에 지불될 광고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위축시키고 인터넷벤처 회사 및 4차 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다섯째로, 언론재단에 대한 수수료 지불은 광고대행사 및 광고매체의 광고 수익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정부광고의 품질과 효과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소비자의 매체선호가 인쇄나 오프라인에서 방송이나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고, 민간 광고는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온라인 중심의 효과적인 매체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광고는 아직 인쇄광고에의 의존도가 높아 소비자의 매체선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만이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 대행을 하도록 한 것이 민간 광고판매대행 사업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한 바 있는 데, 언론재단에 의한 정부광고 독점대행도 마찬가지 이유로 위헌으로 판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정부광고의 언론재단을 통한 독점 발주제도를 폐지하고 정부부처가 직접 또는 조달청을 통해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고 발주하도록 제도가 변경되어야 한다. 언론재단에 대한 지원은 필요 시 정부 예산이나 기금 등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정부가 예산으로 불필요한 ‘통행세’를 지불하는 관행을 솔선수범하여 폐지하게 되고 민간광고 대행 시장이 활성화되며 인터넷벤처 회사의 발전이 촉진되고 정부광고의 효과성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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