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 116곳 정원 1만명 감축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 1단계 결과가 발표된 뒤인 지난달 11일 오전 조선대학교 본관에서 강동완 총장 등 대학구성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자율개선대학 탈락에 사과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선대는 23일 발표된 2단계 평가에서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아 강 총장 및 보직교수 11명이 평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광주=연합뉴스.
경주대 등 20개대는 지원금 제한
대학들 통합 등 자구책 마련 준비
“휴…” 배재대ㆍ우송대는 등급 상승
하향 수원대 “구제 안될땐 소송”
“정원 5만명 줄여야 하는데…”
정부가 구조조정 미온적 비판도

기본역량진단은 대학 관계자들에게 ‘살생부’로 불린다. 평가 결과에 따라 등록금 수입과 직결되는 모집정원이 줄어 들고, 연간 1조5,000억원(올해 기준)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부실 낙인이 찍힌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도 없다. 자연스레 신입생 충원 감소→재정위기 심화→생존경쟁 도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내몰린다.

교육부가 23일 내놓은 ‘2018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학교는 총 20곳(일반대 10곳ㆍ전문대 10곳). 이들 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 ⅠㆍⅡ)’으로 분류돼 앞으로 3년간 정원 감축과 더불어 정부 지원금이 제한되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북 김천대 등 유형 Ⅰ에 속한 9곳(일반대 4곳ㆍ전문대 5곳)은 기존 지원은 받되, 용처 제한이 없는 신규 일반재정사업이나 LINC+(산학협력)ㆍBK21 플러스(연구)같은 특수목적사업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 내년 기준으로 대학들에 지급되는 일반재정은 30억~90억원씩 총 4,448억원에 달한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지원도 일부 받을 수 없다. 유형 Ⅱ(일반대 6곳ㆍ전문대 5곳)는 이마저도 모두 끊기는데 당장 내달 10일부터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 전에 어떤 대학이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지, 결격 사유가 낱낱이 공개된다. 교육부는 권고라 했지만 정원 감축 비율도 30~35%나 된다.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역량강화대학’ 등급을 받은 66개교(일반대 30ㆍ전문대 36)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정원을 줄여야 하는 압박(일반대 10%)은 있지만 지침을 성실히 따를 경우 일반재정지원 중 ‘대학혁신지원사업 Ⅱ 유형’으로 정부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특수목적사업 참여도 허용된다. ‘자율개선대학’ 207곳(일반대 120ㆍ전문대 87)은 정원을 학교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하고 정부 예산(대학혁신지원사업 Ⅰ 유형) 배정에서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각 대학이 지난 1년간 사활을 걸고 자율개선대학 등급을 얻기 위해 목을 맸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날 최종 성적표를 받아 든 대학들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부정ㆍ비리 감점 적용에 따라 당락이 뒤바뀐 8개 대학에서는 분노와 안도가 교차했다. 1단계 예비자율개선대학 중 수원대 평택대 목원대와 경인여대(전문대)는 총장 등 주요보직자의 부정ㆍ비리로 고배를 마셨다. 이인수 전 총장의 비리로 강등된 수원대는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문행 수원대 홍보실장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소송 진행 중인 사안에 감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 결과가 수용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역량강화대학 중 상위권이었던 배재대 우송대 영산대 한양여대(전문대)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 이정표 한양여대 기획처장은 “전문대 평가에서 강화된 증빙자료 첨부 보완에 주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2단계 정성평가에서도 끝내 자율개선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재정지원이 제한되거나 끊기는 3년간 살아남기 위해 학교 간 통합도 불사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장 낮은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Ⅱ로 분류된 경주대 권오철 홍보팀장은 “재단 산하 전문대인 서라벌대와 통합해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Ⅰ에 포함된 상지대 역시 같은 재단의 상지영서대와 통합 및 정부 정책인 공영형사립대 전환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자율개선대학에서 최종 탈락한 덕성여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1단계 발표 당시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주요 대학들에는 2차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조선대는 강동완 총장과 보직교수 11명이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2단계 심사를 준비하면서 12개 단과대학 혁신안과 단과대 4곳의 학과 개편안을 마련했는데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다”고 토로했다. 송용욱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획처장은 “정원감축 권고를 떠나 대학 명성에 금이 간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24일 전체 교수가 모여 대책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볼멘 목소리를 내뱉지만 일각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너무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내놓는다. 교육부는 1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업무현황을 보고하면서 2018학년도 대학 계획정원인 48만3,000명과 비교해 진단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2021년엔 5만6,000명이 정원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술적으로 사립대 38곳이 폐교해야 해 대학 축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비 자율개선대학에 제시한 감축 규모는 1만명(진단 대상 36%) 수준이다. 2015년 구조개혁평가(2만4,000명)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과거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까지 일률적으로 정원을 줄여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적절한 감축 수치를 권고해 운영 효율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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