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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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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인종차별”

입력
2018.08.23 18:00
수정
2018.08.24 00:5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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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1년 차 80% 미만 적용 등

중기중앙회, 국회 환노위에 요청

법안 발의되자 이주노조 항의회견

“난민 계기로 反외국인 정서 편승”

국제협약 어긋나 법안통과 미지수

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차별(삭감)시도 긴급규탄 전국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차별(삭감)시도 긴급규탄 전국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촌, 공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일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상담 요청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덜 줄 수 있게 하겠다는 법안까지 나왔네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줄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사용자 단체의 요구와 이에 호응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법안 발의에 참다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종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주노동자노조와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노동당 등 단체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까지 후퇴시킬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ㆍ삭감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는 마치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낮다’며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족한 일손을 이유로 이주노동자 수를 늘려달라 하고 있다”며 모순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노동으로 큰 이득을 보는 고용주들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기는커녕 임금을 더 깎아달라고 하는 것은 놀부 심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차별 적용된다면 ‘값싼 대체 노동력’이 늘어나 내국인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중기중앙회 담당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중기중앙회 측이 접수를 거부해 무산됐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30일 국회 환노위를 방문해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입국 1년차에 최저임금의 80%만, 2년차에는 90%만 줄 수 있게 해달라는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 도입을 요청했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자유한국당)이 이를 수용해 외국인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침을 담은 법안을 10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국인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한 국내법과 국제 협약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국내법 및 국제협약 위반 여부뿐 아니라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중기중앙회와 국회가 공개 행동에 나선 것은 제주도 난민 유입 등을 계기로 뚜렷해진 반 외국인 정서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변호사)은 “경기 악화 탓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정서가 강해지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있는 일이지만, 국가가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대신 최저임금을 차별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처사로 반 외국인 정서를 오히려 부추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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