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69)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정치적 이유로 타인을 빨갱이로 내모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평가한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있고,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되는 부분”이라며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하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명예훼손의 고의도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에 일의적(뜻이나 결과가 같은)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공산주의자란 표현의 허위 사실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의 주장이나 철학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평가 받을 수 있다”며 “형사 법정에서 개별 정치인의 정치이념을 결정짓는 것은 그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허위 사실에 기초해 의도적으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치명적인 부정적 평가를 수반한다, 유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라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보수단체 행사에서 당시 대선후보던 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민사)에서는 패소해 1심에서 3,000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