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주연
성공하려 수단 안 가리는 역할
파격 변신에 출연 결정 오래 고심
“새로운 배역에 갈증 느껴”“남들의 고정관념 깨려 도전”
배우 수애는 영화 '상류사회'에서 파격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아침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변을 뛴다. ‘미래미술관’에 다니는 그가 꿈꾸는 미래 중 하나는 강남 한복판에 우뚝 선 ‘부의 거탑’ 입성이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상류사회’에서 배우 수애(39)의 모습이다.

대형 미술관 부관장인 수연(수애)의 옆엔 유명한 경제학 교수인 남편 태준(박해일)이 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수연에게 만족이란 없다. 수연은 영화 제목처럼 상류사회에 발을 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상류사회’는 미술관 관장이 되려는 수애와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태준의 욕망을 좇는다.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인 부부의 야심을 격하면서도 가증스럽게 그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묘하게 겹친다. “치열하게 자신을 증명하려는 수연의 심정이 이해가 갔어요.”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수애는 “욕망의 민낯을 들춘 영화라 끌렸다”고 했다.

‘상류사회’에 청순한 수애는 없다. “당신도 클린턴 되고 나서 사고 치라고.” 수연이 비서와 바람 난 태준에게 경멸 대신 던진 냉소는 아찔하다.

지난 21일 시사회 후엔 극 중 수연이 신정아 전 동국대 미술사 교수를 연상케 한다는 평이 돌았다.

수애도 처음엔 수연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나리오만 보고선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캐릭터가 너무 파격적이어서다. 수애는 변혁 감독과 여러 차례 만나 작품 얘기를 한 뒤에야 출연을 결정했다. 수애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이라며 웃었다. 어떻게 마음을 돌렸을까. 수애는 “왜 지금 이 작품이 내게 왔을까?”를 고민하다 수연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데뷔하고 앞만 보고 달렸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고 연기를 시작하다 보니 콤플렉스가 있었죠.현장에서 늘 쫓겼고, 긴장했죠. 수연을 보니 그렇게 발버둥 쳤던 제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안쓰러웠고요.”

‘상류사회’ 출연을 결정한 뒤엔 수애는 어깨 넘어 기르던 머리도 단발로 잘랐다. 진취적인 여성이미지를 살리고 싶어서였다. 배역의 직업이 미술관 부관장인만큼 큐레이터를 찾아가 직업적 특성을 배웠다.

드라마 '러브레터'(2003)로 수애는 청순 배우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 수애는 영화 '상류사회'(2018)에서 욕망에 가득찬 여성을 연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수애에게 연기는 늘 가시밭길이었다. 2003년 드라마 ‘러브레터’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늘 ‘청순’이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2005)를 통해 코믹 연기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전쟁의 여신’ㆍ2010)’에 출연해 액션 연기도 선보였지만 그를 향한 고정관념은 깨지지 않았다. 수애는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드라마 ‘야왕’(2013)과 ‘가면’(2015)을 거쳐 ‘상류사회’에서까지 독에 찬 여성 캐릭터를 연달아 맡아 배우로서 새 옷을 입었다. 데뷔 초와 달리 요즘 수애에겐 ‘악녀’ 이미지가 더 친숙할 정도다.

“제겐 항상 ‘눈물’ ‘단아’란 말이 따라다녔어요. 늘 새로운 배역에 갈증을 느꼈죠. 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늘 도전해야 했던 것 같아요.”

수애도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다. 여배우의 연차가 쌓일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칸의 여왕’ 전도연도 “출연할 마땅한 작품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 오죽하면 문소리는 중년 여배우의 설움을 담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2017)까지 제작하고 나섰을까.

수애도 요즘 “제 길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 중”이다. 수애는 지난해 사석에서 배우 박해일을 만나 ‘상류사회’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작품 출연을 권하기는 처음”이었다. 화려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의 입에선 뜻밖의 말도 나왔다.

“다음엔 따뜻한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요즘엔 소소한 행복에 끌리더라고요. 일상을 더 되돌아보게 되고요. 저 알고 보면 털털하거든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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