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현실 삶에 지지 하락하는 文정부,
레토릭 아닌 성과로 정책 능력 입증하고
국정운영 일대쇄신으로 국민신뢰 회복을

요즘 만나는 이들마다 탄식과 함께 혀를 찬다. 1년 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며 “신선하다. 이제 나라답다”던 그들이다. 그때 같은 기대와 희망, 긍정이 섞인 표현은 이제 사라졌다. 지지를 보낸 이들은 입을 닫거나 등을 돌리고 있다. 지지율 하락은 민심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 간 적폐청산에 올인했다. 과거의 불법과 부정, 불의와 불공정에 메스를 댔다. 권력기관의 힘도 뺐다. 한반도평화를 향해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북미정상회담도 중재했다.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집권 2년차 시기가 지나가면서 민심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의에는 공감하고 긍정적이어도 현실이 엄혹하기 때문이다. 삶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계층간 소득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일자리는 늘지 않고 실업률은 치솟는데 물가마저 뛰었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고 노동시간도 단축했지만 부작용과 역작용이 ‘을’들의 고통과 반발을 키웠다.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정책은 되레 부동산가격을 치솟게 해 중산ㆍ서민층의 박탈감만 키웠다. 돌고돌아 기형이 된 대입 개편에 학부모들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노동은 중시하면서 고용 창출의 주체인 기업은 홀대받고 있다.

시장과 현장은 아우성이다. 허나 정책의 손길은 애써 현실을 부정하거나 모르는 척 한다. 그러니 불만과 탄식이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집권세력에 위협적인 것은 국민의 믿음과 기대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만과 탄식은 들리기라도 하지만 식어가는 믿음과 기대는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저잣거리에선 집권세력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과 의심의 씨앗이 발아해 커가고 있다. 정부는 오해와 왜곡의 결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 보라. 언제 국민의 반응과 판단이 정직하고 정확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문제는 늘 그런 민심의 흐름을 살피지 않은 채 외면하거나 부정해온 위정자들의 오기와 오판, 집착과 실기에서 비롯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고용 개선을 확신한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대통령의 참모나 정책 책임자가 ‘확신’이란 단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절박함이 묻어난다. 자신이 방향을 잡고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신념도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의 정책적 확신이 국민적 믿음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리라 본다면 오산이다. 벌써 그의 말을 받아 연말연초엔 조금이라도 개선된 고용 지표가 나올 거라 보는 장삼이사들이 적지 않다. 왜? 논거와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5,000명에 머문 최악의 상황 이후 수십 조원의 예산을 퍼붓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는데 기저(基底) 효과가 없을리 없다는 거다. 또 하나는 정부로선 어떻게든 ‘정책 알리바이’를 만들어낼 거라고 보는 시각이다. 국책 연구기관을 동원하든, 통계를 이리저리 유리하게 해석하든 무조건 나아진 결과를 보여줄 거라는 예측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그래서 더 착잡하다. 진정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민 기대 속에 출발한 현 정부가 이런 의심까지 받는 지경이 된 현실이 답답하다.

국민에게 믿어달라고 할게 아니라 국민이 믿게 만들어야 한다. 구차한 레토릭과 악수 한번으로 없던 팀웍이 생긴 것처럼 시늉할 게 아니다. ‘케미’가 안 맞는 팀원들은 교체가 답이고, 궁합이 맞다면 정책 능력과 팀웍으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고 한쪽을 퇴진시키는게 낫다. 국민에겐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절실하다. 집권세력 내부의 가치ㆍ철학 논쟁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 청와대가 결단을 미적대면 집권당이라도 나서 쓴소리를 하고 돌직구를 날려야 한다. 그래야 집권세력 내부가 긴장 속에 견제하며 협력한다. 25일 민주당 전당대회와 개각 이후 국정운영 방향과 방식에 일대 쇄신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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