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도마복음이 성경에서 빠진 이유

17세기 초 카라바죠의 그림 '도마의 의심'. 부활한 예수의 옆구리 상처를 손가락으로 확인하는 도마.
#제자 중 가장 논리적 실증주의자
부활도 예수 몸을 만지고서야 인정
기적 빼고 교훈적 가르침만 담은
도마의 복음서는 성경서 탈락

#이해가 된다면 기적이 아니고
신도 이해가 된다면 신이 아냐
영적인 세계 진정 이해하려면
과학적 잣대보단 믿음이 필요

하나님이 한번만이라도 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교회에 다니겠다는 분이 종종 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라는 뜻이다. 성경이 이해가 가면 신앙을 가지겠다는 분도 있다. 정말 보거나 이해가 가면, 신을 믿을 수 있을까?

예수의 제자 중 ‘도마’라는 이가 있다. 유명한 제자는 아니지만, 그도 다른 제자들처럼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글로 남겼다. 마태와 요한의 기록은 ‘복음서’로서 성경의 일부가 되었다. 반면 ‘도마 복음서’는 성경의 일부가 되지 못했다. 콥트어로 적힌 그의 복음서가 1945년에 이집트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됐었다. 그 전에는 그리스어로 적힌 역본이 알려져 있었다.

도마복음서는 왜 빠졌나

도마는 ‘논리 실증주의자’다. 뭐든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어야만 받아들인다. 하루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유대 지역으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제자들은 두려워 이렇게 답했다. “선생님, 방금도 유대 사람들이 선생님을 돌로 치려고 하였는데, 다시 그리로 가려고 하십니까?” (요한복음 11:8) 그래도 예수는 가자고 했다. 그들의 친구인 나사로가 죽었기에, 가서 살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자 듣고 있던 도마가 이렇게 동료 제자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그와(예수와) 함께 죽으러 가자!” (16)

설마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돌 맞아 죽고자 했을까? 죽은 나사로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경험적 논리에 의하면, 맞아 죽을 확률이 높았다. 무서워하던 다른 제자들에 비하면, 도마는 용감하고 기특한 제자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스승 예수의 ‘신적’인 속성을 믿지 못한 것이다. 예수를 그저 ‘인간적’ 영웅으로만 여겼다. 도마의 세계관 속에는 초월과 기적의 여지가 없었다.

어느 날은 예수가 제자들 앞에서 매우 신비한 말씀을 했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었기에, 제자들을 세상에 두고 떠나기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하나님 아버지께 가서 제자들도 함께 있을 곳을 예비하겠다고 하셨다. “내가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나에게로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 그리고는 위로의 한마디를 더 하셨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14:3-4)

이때 도마가 찬물을 끼얹는다. “주님, 우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5) 도마는 역시 스승을 종교적으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년간 가르침을 베풀었던 예수에게는 참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래서 예수는 자신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그 떠남의 신앙적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하셔야 했다. 덕택에 아주 유명한 말이 남겨졌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 (6) 하지만 종교적 상상력이 부족한 도마에게는 한없이 아리송한 말이었다. 실체가 보이고 만져지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던 도마였다.

예술의 부활을 믿지 못한 도마

결국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었고, 도마는 그대로 남겨졌다. 그러다가 결국 또 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돌아가신 예수가 부활했다고, 동료 제자들이 그에게 와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논리 실증주의자에게는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 스승 예수를 잃은 충격 때문에 동료들이 정신분열이라도 온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정신 차리라는 듯이, 도마는 이렇게 내뱉었다. “나는 내 눈으로 그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소!” (20:25)

그러고 나서 무척 의미심장한 일이 연출된다. 도마가 제자들과 함께 있을 때, 예수가 그들 가운데에 나타나신 것이다. 안녕들 하냐고 인사를 건넨 뒤, 예수는 곧장 도마에게 말을 건넨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서 내 손을 만져 보고,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래서 의심을 떨쳐버리고 믿음을 가져라.” (27) 신이 눈앞에 한번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사람들이 가장 흥미롭게 지켜 볼 장면이다. 결국 보고 만지고 나서, 도마는 그 자리에서 예수께 외쳤다.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28) 논리 실증주의자는 이렇게 예수를 신적 존재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진 예수의 말이 의미심장한 반전이었다.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 (29)

사실 보이고 만져지는 것에는 우리가 ‘믿음’까지 작동시킬 필요가 없다. 보이고 만져지면 그냥 쉽게 인지하면 된다. 그런데 종교는, 특히 성경은, 초월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말하고 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영역이다. 그래서 성경을 받아들이려면 이해가 아니라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종교에서 신비의 요소를 제거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좀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믿자는 것이다. 그런데 초월적 신비의 영역이 없다면, 그리 애써 믿을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냥 좋은 가르침을 감상만 하면 될 것이다. 신비가 없다면 종교가 아니다.

도마복음서에 기적은 없다

흥미롭게도 도마는 그가 적은 복음서에서 예수의 기적 이야기는 전부 제거하였다. 그냥 예수의 좋은 가르침만 적었다. 그러나 역사의 선택은, 아니 신의 섭리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기적 이야기가 가득한 복음서를 무려 네 권이나 성경 안에 넣어 놓았다. 상식적인 도마 복음서는 성경에서 탈락 되었다. 예수께서 도마에게 남기신 마지막 권고 그대로를, 성경은 지금 우리에게도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말하는 ‘초월적’인 현상이나 ‘기적’은 당연히 이해 불가하다. 기적은 보통 생활 속에서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경험 가운데에 납득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기적은 이해할 수 없고 납득되지도 않아야 정상이다. 그래서 기적이다. 기적이 이해가 된다면, 기적이 아니다. 신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신이 인간의 이해 속에 파악된다면, 그는 신이 아니다.

예수가 도마를 통해 암시했던 기독교 신앙이란 보이지 않을 신비이며, 이해가 아니라 믿음이 요구된다. 보이지 않아도 믿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입증이 되어야 받아들이는 과학적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권위 기관의 검증이라 것을 꽤 좋아한다. 식약청 검증을 받았다든가 하버드 어느 연구소의 검증을 받았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왜 자기 부모는 검증 안할까? 성인이 되어 논리 실증적 사고방식이 잘 작동될 때 즈음이면, 병원에 가서 지금까지 날 키워준 아저씨 아줌마가 정말 내 부모가 맞는지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아도, 그런 이들은 거의 없다. 입증되지 않아도 믿는다. 확인하지 않아도, 같이 살아온 그 인격적 관계 속에 확신을 한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유일무이한 그 관계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약 2,000년 전 돌아가신 예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경을 읽다가 무릎을 팍 치면서, ‘납득이 가네. 그럼 나 이제부터 믿어야지’ 하는 이들도 거의 보지 못하였다. 대부분 이해했다가 아니라 체험했다고 고백하며, 그 체험을 통해 믿게 된다. 우리가 그 두 분을 부모로 믿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전승에 의하면 도마는 인도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순교했다고 한다. 인도의 기독교 전통 속에, 그리고 일부 다른 곳에서도 그는 성인으로 추앙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마에게는 의심 많은 실증주의자라는 태그가 늘 붙어있다.

도마에 대한 전승 하나도 그의 논리 실증주의를 비웃고 있다. 어느 위경에 보면, 그는 마리아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마리아가 그만 옷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하였는데, 이번에는 동료들이 그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도마는 물증으로 그 옷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여전히 도마는 보이는 증거를 좋아했다.

기민석 침례신학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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