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와 마사치 등 ‘수상한 기독교’

“성경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日 종교ㆍ사회학자 2인 대담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실존 여부 등
기독교 개념 차근차근 정리
너무나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 학자들은 창조신화가 정치적 패배를 신학적 승리로 승화시키기 위한 형이상학적 작업이라고 간주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믿음과는 별개로 서구 사회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성경’이라지만, 그래서 성경을 읽어보려면 이게 대체 뭔 말인가 싶은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성경 구절을 풀어놓은 책을 골라보면, 그냥 다 좋은 말이라는 설명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기사 설마 성경 같은 책이 남 속이고 해코지 하라고 써놓을 턱은 없지 않은가.

이런 기록이 진짜일까, 아니면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하면 대개 성경 안 여러 기록들을 대조해 보이면서 그 내용은 사실이라거나 숭고함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구절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성경은 어차피 ‘믿음과 구원’이라는 소실점 아래 모든 내용을 세심하게 짜맞춘 기록이다. 성경으로 성경을 증명해 보이는 건, 증명의 문법으로 치자면 대개 하나마나한 소리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역사학적 문헌학적 분석 같은 책들이 좀 까다롭다면 ‘수상한 기독교’는 그 이전 교양 입문서로 좋다. 책은 일본의 종교사회학자와 사회학자 2인간 대담 형식이다. 기독교가 맥을 못 추는 일본에서의 대담집이니 거침 없다. 다신교를 믿는 일본인들은 나를 돌봐주는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왜 유대인은 유일신만 믿는가, 로마 제국의 그 어떤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기는 한 건가, 예수 생전 제자도 아니었던 사도 바울의 편지가 신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거침없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다.

자 먼저, 구약의 골칫덩이 여호와. 위대한 창조주를 두고 골칫덩이라 하는 이유는 너무나 화를 잘 내고 삐치고 때로는 냉혹하기 이를 데 없이 굴기 때문이다. 인자하고 사랑에 넘치는 절대자를 상상했던 이들의 예상을 확 깬다. 니체가 기독교를 일러 ‘노예의 도덕’이라 하고,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들이 아이들에게 구약을 읽히는 것은 정서적 학대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여호와는 대체 왜 그럴까. “여호와는 시나이 반도 일대에서 숭배하던 자연현상(화산으로 추정)을 본뜬 신이었습니다. 파괴, 분노의 신으로 힘이 굉장히 셌던 모양입니다.” 한마디로 여호와는 먹고 살 것 변변찮던 산악지대의 우악스러운 민족 신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이제 구약을 읽다 여호와가 화내는 대목에 이르면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폭발하는 화산을 떠올리면 된다.

기독교가 우상숭배를 금지한 이유의 출발점도 간단하다. 산악지대라 “기술 수준이 낮아 우상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이유가 역설적으로 다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다 보니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예술들이 발달하게 된다.

창세기 문제도 그렇다. 창세기를 읽어보면 처음엔 여호와가 자신의 형상을 본 떠 만들었다고 했다가 뒤엔 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별 모순이 없는 것 같지만 이 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 두 개를 덧대어 붙인 것이다. “이 두 이야기는 나중에 서로 다른 사료에서 유래된 이야기를 합친 것으로 밝혀졌는데 전자가 한참 뒤에 자료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계기는 유대왕국이 신바빌로니아에 망한 뒤 유대인들이 죄다 끌려간 ‘바빌론 유수’다.

수상한 기독교
오사와 마사치 등 지음ㆍ이주하 옮김
북&월드 발행ㆍ281쪽ㆍ1만5,000원

현실의 고난에 부딪히게 되자 이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천지창조 같은 거대한 형이상학적 스토리가 필요해졌고, 그래서 지금 창세기 1장 1절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원래의 창세기 앞에 덧붙었다는 설명이다. 우리 역시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배달민족이 사실 세계 최고 민족인데 지금 이 고난만 지나가면 다시 세계를 호령하리라는 이야기들을 종교나 역사의 이름으로 만들어냈다. 비슷한 원리라 보면 된다.

나중에 붙게 된 창세기 앞부분 이야기들은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바로 UFO설이다. 성경 자체가 외계생명체가 도래한 기록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들은 대개 창세기 앞 부분에 추가로 붙은 형이상학적 창조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 같은 사람이 빠져 있다 해서 화제가 되는 사이비 종교 ‘사이언톨로지’도 크게 보면 그 범주 안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구약적 맥락에서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의 아들’일 때 진정한 메시아인 이유, 예수를 구약이 말한 메시아라고 주장하기 위해 4대 복음서가 예수의 생애를 재편집한 방식, 베드로 같은 예수의 직계제자가 아니라 바울의 편지를 성경에 편입시키기 위해 도입된 성령의 논리 등을 흥미롭게 설명해뒀다. 이 책은 물론, 입구일 뿐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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