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겠다며, 직책명을 변경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다. 그가 변경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교감, 교육감 등 ‘감(監)’이 포함된 직책명. 이 명칭은 일본식 표현의 잔재일 뿐만 아니라, 의미가 모호하고 직책명으로서 위계성도 반영되지 않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부교장’ ‘교육청장’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감(監)’이 포함된 직책명을 일본식 표현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관직명에 ‘감’이 포함된 사례(내감, 도감, 현감...)가 많기 때문. 더구나 ‘교감’은 근대 학교 교육이 시작되면서부터 사용된 직책명인데다, ‘감’을 붙여 직책명을 만드는 전통까지 감안하면, 이를 선뜻 일본식 표현의 잔재라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 수립 후부터 사용되었던 ‘교육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교육 행정 체계에서 ‘교감’과 ‘교육감’이란 직책명의 문제, 즉 의미가 모호하고 직책명으로서 위계성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발의자는 왜 굳이 이들이 일본식 표현의 잔재임을 강조했을까?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과 연결짓는 순간, 직책명을 개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을 따지는 건 부차적인 일일 수밖에.

익숙한 표현도 ‘일본식 표현의 잔재’라는 딱지가 붙으면 불온한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말이 수용되고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는 일도, 그 말의 현재적 가치를 재검토하는 일도 무의미해져 버린다. 이처럼 ‘일본식 표현’을 대하는 우리의 언어 감정이 단호해지면, 그런 감정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더 대범해진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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