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베를레 ‘뮐러 씨, 임신했어?’

여자들이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 당하는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 마르틴 베를레는 여성스러운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목에서부터 느껴진다. 남자 상사가 임신한 여자 직원에게 보내는, 못마땅한 어투와 눈빛이. 이 책은 여자들이 직장과 가정 등 사회 곳곳에서 당하는 성차별을, 여자로 바뀐 남자의 시선으로 위트 있게 그려냈다. 저자 마르틴 베를레는 독일의 커리어 코칭 전문가. 상담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하소연들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 공감대가 크다.

책은 타이어회사의 잘 나가는 마케팅 부장인 페터 뮐러가 어느 날 갑자기 여자가 되어 아침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사 면접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받다가 결국 탈락한다. 여자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입사 방법이라곤 과거 임원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입사를 요구하는 편법뿐이다. 겨우 입사에 성공해도 뮐러는 남자였을 때는 알지 못했던 정글을 경험한다. 여자라서 임원들의 친목모임에서 제외되고, 회의 때마다 발언기회를 빼앗긴다. 이뿐이랴. 연봉도 줄어들고 비서도 빼앗기고, 회사 야유회 준비 등 온갖 잡일도 떠맡게 된다. 급기야 뮐러가 임신을 하자 동료들은 ‘언제 꺼질 거야?’ 라는 얘기를 ‘뮐러 씨, 임신했어?’, ‘핵심사업(임신ㆍ육아)은 어찌 돼 가냐’, ‘임신을 하면 다 저렇게 변하는구나’라고 빙빙 돌려 말한다.

집 안에서도 여자 뮐러는 억울하다. 출근길에 의사인 남자친구의 아침을 챙겨야 하고, 결혼 후에도 가사와 육아는 뮐러의 몫이다. 뮐러는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저녁밥을 짓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밀고, 건조기를 돌리고 다림질을 한다. 욕실의 물때를 닦고,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고 버린다. 이 모든 일을 기적처럼 해내지만, 남자친구(남편)은 단 한번도 어떻게 그런 기적이 일어났는지 묻지도 않는다.

뮐러 씨, 임신했어?
마르틴 베를레 지음ㆍ장혜경 옮김
갈매나무ㆍ280쪽ㆍ1만4,800원

현실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사례로 읽는 즐거움이 큰데다 심지어 이 같은 성차별에 대처할 유용한 조언까지 곁들여졌다. 남자 동료가 말을 자르고 자꾸 끼어들면 무시하고 그런 점을 계속 지적해 지위를 높이라는 것, 여자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운운하며 일을 떠넘기는 남자 동료에게는 일을 대신해주지 말고 가르치라는 것, 성(性)적인 대상이 아니라 전문가로 인식되기 위해선 과도한 의상과 화장은 자제하라 등이다.

저자는 “남자들이 아침에 눈떴을 때 여자로 변해있을까 봐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책의 목표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곳곳에 여성 성차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들이밀어 치밀함을 높였다. 저자는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남자 같은 여자가 아니라 여성스러운 노동환경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일갈한다. 잊지 마라, 남자들이여. 이 땅의 여자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두려움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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