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않고 제 입장만 말하는 당국자들
이도 저도 아닌 짬짜면에 지지층 이탈
국민들은 文정부의 확실한 성과 원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중간지대를 찾는 일은 어렵다. 성공하면 다행이나 보통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표류이기 쉽다. 짬짜면은 짬뽕과 짜장면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덜어줄 이상적인 메뉴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번에 두 음식을 반반씩 맛보는 장점에도 불구, 중국집 메뉴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영컨설턴트 임채연씨는 짜장면도 모자라고, 짬뽕으로도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로 섞이지 못한 채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이 되면서,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메뉴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신세를 중국집 밖에서 찾는다면 경제의 두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일 것이다.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기조를 잡는 구도는 좋지만, 지난 1년 두 사람 관계는 짬짜면와 다를 게 없었다. 최근에는 일자리 절벽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정책 수정과 기조 유지를 놓고 대립한 뒤 연일 속편이 중계되고 있다. 언론이 부풀린 경우도 있겠지만, 혼란스런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전에 만나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건 정도가 심하다. 대통령이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지만, 새로울 것도 없는 둘의 갈등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정치권을 향해 협치를 얘기하면서, 정작 정부에서는 협업조차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이뿐만은 아니다. 북미 정상도 만나 70년의 적폐를 허물고 있고, 남북 정상은 올해에만 3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는데 정책 담당자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 사회 노동 분야 현안들에서 조율되지 않은 이상신호가 잡힌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플랜은 부동산 잡기에 올인 중인 국토부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왜 그런지 협업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서울 부동산이 들썩이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대학입시 제도 개편 공약은 교육부가 1년 동안 이리저리 그 책임을 넘기다 맹탕이 되어, 정치적 공방거리로 전락해 있다. 어떤 주요 사안에선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각에 말하고, 그 뒤에 총리가 다시 주문하는 엇박자도 노출된다.

지금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지지율 담보를 못하는 상황이다. 외교가 이전처럼 호재로만 작용하기도 힘든 국면이다. 북미는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에 의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가고는 있으나 속도는 느려졌다. 칭찬 일색이던 외국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속도가 빠르다며 발을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미 당국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르게 표현하기 시작했고, 한미관계를 상징하는 관형어 ‘물샐 틈 없는 동맹’은 잘 들리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밋빛 발언도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까지 계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그가 하는 말은 믿지 말라고 주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할 그의 주한미군 감축 카드 역시 최근 공포된 국방수권법으로 제한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1년짜리 한시법이고 예외조항이 있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두 번이나 야당을 심판한 국민은 이제 현 정부에서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 당국자들이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다시 야당 탓을 하고 과거 적폐에 그 책임을 미루기에는 야당의 존재감이 약하고, 스스로 눈을 가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브레이크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액셀을 밟는다면 사고는 피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 중 하나가 정책 표류다. 보수진영은 좌파정부라고 했지만 진보진영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책이 진보적일지라도 방향이 흔들리고 추진 과정에서 지지층과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의를 얻지 못하고 떠도는 정책은 지지기반을 다지기 보다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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