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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과세 원칙까지 무너뜨린 기재부의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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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과세 원칙까지 무너뜨린 기재부의 돌변

입력
2018.08.2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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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재심의를 거부한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재심의를 거부한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입니다. 그런데 22일 발표된 정부의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들여다 보면 이 같은 원칙에 어긋나는 대책이 눈에 띕니다. 바로 사업자들이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 면제 기준을 연 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한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내년부터는 연 매출 2,400만~3,000만원 미만 사업자도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각에선 과세 원칙을 수호하는 ‘방어 전선’이 무너졌다는 한탄까지 나옵니다.

현행 부가세법에 따르면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영세사업자는 일반과세자가 아닌 간이과세자로 간주돼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가 면제됩니다. 또 부가세율을 일괄적으로 10% 적용하는 대신 업종별 부가가치율(5~30%)을 적용한 뒤 여기에 10%를 곱해 세액을 산출합니다. 간이과세자의 세 부담은 낮을 수 밖에 없죠. 더구나 간이과세자 중 매출이 2,400만원 미만인 사업자는 아예 부가세 납부가 면제됩니다. 2016년 기준 전체 부가세 신고인원은 608만5,000명인데 이중 간이과세자가 165만2,000명, 납부 면제자는 120만8,000명에 이릅니다.

이미 매출이 적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납세 편의 제공, 세부담 완화 정책이 충분히 시행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간이과세 기준과 납부 면제 기준을 상향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과세 원칙에 어긋납니다. 사실 간이과세제도 자체가 매출 축소 신고나 부가세 탈루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부가세 납부 면제 기준을 상향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대로 면제 기준을 연 매출 3,0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하면, 10만9,000여명이 총 220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1인당 평균 20만원 가량의 혜택을 보는 셈이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고 면세자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내놓은 대책의 효과로 내세우기에는 감세 혜택이 너무 미미합니다.

세제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은 내년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 결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때입니다. 지난달 30일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개정안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시점이었죠. 정부에선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까지 한 소상공인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미봉책이라도 필요했던 것입니다. 당국이 줄곧 반대했던 부가세 면제 기준 상향 방안을 느닷없이 발표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과세 원칙은 헌신짝이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이런 땜질 처방으로 자영업자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금방 걷힐 지 의문이라는 데 있습니다. 과세 원칙까지 허물면서 면세자를 늘리기 보다는 근본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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