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고 학생 市교육청에 청원
교육감 답변 기준 1000명 동의
학교측 “학부모 대상 설명회 열어”
학부모 “일방적인 결정 통보였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대성고 재학생의 청원. 22일 오후 4시 현재 1,100여명의 시민이 청원에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쳐.

“학교(대성고)는 단 한번도 학생들에게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자율형사립고인 대성고 재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청원게시판에 올린 청원의 일부다. 게시판은 지난 10일 개설된 후 청원 1개당 평균 참여인원이 5명을 넘지 않을 정도로 잠잠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신청을 받아들인 뒤 올라온 청원은 하루 만에 교육감 답변기준인 1,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학부모들이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며 최근 등록금 납부 거부운동에 들어간 데 이어 학생들까지 동참한 것이다.

과연 학생과 학부모들 주장처럼 학교측은 무리하게 일반고 전환을 강행한 것일까. 22일 서울시교육청과 대성고에 따르면 학교는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며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6월엔 학부모 대표 간담회를 열었고, 7월에는 1학년 학부모들을 2개 반씩 모아 의견을 수렴한 뒤 2ㆍ3학년 학부모대상 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대성고 관계자는 “설명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 가정통신문을 보내 알렸고 학부모의 추가 요청도 받아들였다”며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통보’는 아니였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측은 그러나 의견수렴이 형식만 갖췄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대성고 학부모회 관계자는 “2, 3학년 학부모 대상 회의에는 35명만 참석했고 학부모들에게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보하는 자리였다”며 “교육청의 청문도 학부모 참여는 허락하지 않다가 전날 저녁에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의견 수렴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자사고나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에는 잡음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 과정을 판단하는 각 교육청의 ‘충분한 의견수렴’에 대한 기준이 천차만별이라는데 있다. 이훈정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는 “마지막까지 대성고 측에 최대한 의견수렴을 하도록 요구했다”며 “청문은 처음에 (학부모)대표 의견서만 받아 진행하려 했지만 참여요구가 계속돼 결국 학부모도 초청한 것”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부산국제외고 전환 시 부산시교육청은 학부모의 청문 참여를 처음부터 보장했다고 한다. 강원외고 전환 논의 때는 학교 측이 학생ㆍ학부모 동의 비율 등을 조사해 제출하고 강원교육청이 직접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오랜 논의가 이어졌다.

앞으로도 자사고ㆍ외고의 일반고 전환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30일 내에 청원에 답을 해야 하는 조희연 교육감이 이런 부분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온다.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정부는 일반고 전환을 계속 추진하고 그 결정은 법인이 내리는 상황에서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소외되기 쉽다”며 “개별 학교가 공론화를 충분히 거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보장해야 재학생ㆍ신입생에 악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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