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없이 젊은층 인기명소 찾아
호흡 빠른 편집에 B급 유머 자막
박준형의 독특한 말투로 인기
유튜브 석 달 만에 83만명 구독
‘와썹맨’의 팬이었던 혁오밴드는 최근 출연을 자청했다. 이들은 박준형과 함께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을 돌며 유명 맛집과 가게들을 찾아 다녔다. JTBC 제공

“요 와썹맨이 왔어 맨. 오늘은 을지로. 뺌!”

요즘 2030세대는 웹예능콘텐츠 ‘와썹맨’에 등장하는 말투를 종종 입에 올린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독특한 이 말투는 ‘와썹맨’의 고정출연자인 남성그룹 god 박준형의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가는 곳마다 행인에게 “뺌”을 외치며 인사한다. 유행어를 모르는 50대 아저씨가 어리둥절해하면 그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한다.

‘와썹맨’은 웹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한 5~10분 분량의 콘텐츠다. 박준형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를 직접 찾아가는 단순한 형식이다. ‘와썹맨’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지 약 세 달 만에 구독자 수 83만명, 누적 조회 수 4,000만회를 기록했다. 박준형을 우연히 만난 젊은이들이 “언젠간 ‘와썹맨’ 한 번 볼 줄 알았다”며 반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주류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인기다.

호흡이 빠른 편집, B급 유머가 가미된 자막으로 웹콘텐츠만의 개성을 살렸다. 대본 없이 무작정 촬영에 나서는 리얼리티 방식이 생동감을 더한다. 21일 오후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와썹맨’의 김학준 책임프로듀서(CP)는 “기존 1인 미디어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에게 ‘와썹맨’의 형식과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온 듯하다”고 말했다. 개인이 주로 제작하는 웹콘텐츠는 메이크업, 요리 등 제작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 주는 반면,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학준 CP는 “킬러콘텐츠가 주기적으로 나와야 웹예능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는데 아직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며 “웹예능 제작자들 모두의 숙제”라고 말했다. JTBC 제공

‘와썹맨’의 자막과 편집, 인서트 음악 삽입 등 대부분의 편집 기술이 “기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용하던 방식” 그대로다. 다만 호흡을 짧게 만들고 자막에 젊은 감성을 입히니 한층 재미있어졌다. 김 CP는 “익숙함에서 찾은 새로움”이라고 표현했다.

자막은 TV 방송 제작이 경험이 있는 PD들이 만든다. 기존의 TV 자막이 부연설명의 역할을 했다면, ‘와썹맨’ 자막은 시청자와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세대의 문화와 은어들을 익히는 게 중요한 업무라고 한다. 자체 심의를 마친 결과물은 다른 20대 직원들에게 선보인다. 보완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셈이다.

‘와썹맨’은 제작비도 적게 든다. TV 예능프로그램 대비 13분의 1 정도의 제작비로 시작했다. “저비용에 고효율”을 낸 좋은 사례가 됐지만, 사업 다각화에 관해서는 아직 고민이 많다. TV 동시방영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방영 등 다양한 플랫폼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분량을 기존 10분에서 최소 30분으로 늘려야 한다. 김 CP는 “분량이 어느 정도 돼야 시장에서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박준형의 캐릭터는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해 (분량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폭염, 미세먼지 등 날씨에 관한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은 ‘에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주위에 베푸는 걸 좋아하는 박준형의 성격을 살려 ‘감동 예능’으로 꾸며 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김 CP는 “박준형의 자유분방한 면모를 끌어낸 것처럼, 방송에 보이지 않은 또 다른 매력과 진정성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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