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게티이미지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고 전기자동차용 급속충전기를 개발해 국제표준화를 노리고 있다. 유럽과의 전기차 국제표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동북아 두 앙숙의 제휴가 성공할 경우 전기차 급속충전기 분야에서 양국의 점유율이 9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2일 일본의 급속충전기 규격(차데모) 보급을 위해 자동차ㆍ충전기 제조사 등이 설립한 ‘차데모’ 협의회와 중국 규격인 ‘GB/T’를 추진하는 중국전력기업연합회가 이르면 이달 중 베이징에서 차세대 규격 통일에 합의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중국의 관련단체는 2020년까지 충전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충전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의 급속충전기 출력은 현재 150㎾ 안팎이고 중국은 50㎾ 안팎인데, 양측은 향후 500㎾ 이상으로 실용화를 목표로 할 예정이다. 또 일본은 충전시간이 30분 정도 걸리는 것을 10분 이내로 단축할 방침이다. 양국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일본은 고속충전 기술과 안전 관리 기술의 노하우를 제공하고, 중국은 부품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양국의 통일된 규격은 일본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급속충전기는 충전플러그 모양과 충전량을 알리는 통신 시스템 등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관련 국제표준 규격을 놓고 일본의 차데모, 중국의 GB/T, 유럽의 콤보가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 일본 기술은 안정성이 강점인 반면, 중국과 유럽은 전기자동차 시장 자체가 커 자국의 충전 규격을 고수해 오고 있다. 그 와중에 중국이 유럽에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기술 수준을 인정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선 생산된 차량의 수출을 위해선 해당 국가에 맞는 충전방식으로 현지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규격 통일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세계 급속충전지 설치 건수를 보면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면서 GB/T가 약 22만대로,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차데모는 약 1만8,000대(7%), 유럽의 콤보는 7,000대(3%) 수준이다. 이처럼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배경에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세계 표준규격이 되기 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이 통일된 규격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경우 미국과 유럽도 이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세계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자동차는 1.1%(약 100만대)에 그쳤으나, 2025년에는 9%(약 950만대)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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