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사상최초로 설치돼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현재 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행정적 절차만 남겨 둔 상황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8월 중 개소를 희망하지만,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에 따라 9월 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비핵화 진전과 함께 가야 한다는 미국 측 입장이 나오면서 대북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연락사무소 개소가 적절한지에 대한 공방으로 비친다.

비핵화 진전 이전에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를 해선 안된다는 주장은 사실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남북관계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남북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이행의 속도를 내기 위한 핵심 기제이자, 일상적 소통의 창구이고, 남북관계 발전의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을 비핵화와 연계해 미룬다면 우리가 북한 측을 향해 약속 이행을 촉구할 명분을 잃게 될 수 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1조 3항에서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 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이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과감히 열어 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내에서라도 합의한 것은 반드시 지켜 나가는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지원은 우리 정부 대표의 활동과 편의를 위한 목적에만 제한적으로, 그리고 대북제재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북미 간 비핵화-체제보장 맞교환이 속도감 있게 진전되길 기대하지만 이 과정은 적지 않은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는 까다롭고 긴 과정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비핵화의 기술적 복잡성, 평화협정 등 체제안전 보장 절차의 까다로움 때문에 짧은 시간 내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또 비핵화 과정은 신뢰 구축 과정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했다. 남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의 개최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비핵화라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남북 간 협의도 긴밀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향후 상주대표부로 격상될 남북연락사무소는 1974년 동독에 설치됐던 서독의 상주대표부사례를 보더라도 그 전략적 가치가 크다. 서독 상주대표부의 일상 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동독 지역 방문 서독 주민의 법적 보호와 그들에 대한 편의지원 및 정보제공이었다. 서독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은 내독관계가 정상적이든, 아니든 항상 동독의 고위층 또는 실무진들과 접촉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채널 구실을 한 것이었다. 동서독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교류 활성화를 지원했고,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직접 개최ㆍ후원했다. 더구나 우리가 가장 주목할 대목은 상주대표부가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추진한 점이다. 대표부는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편지 교환 업무 등도 수행했고, 실제 적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었다. 이처럼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포괄적인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사무소는 어쩌면 북한 측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사무소를 조기 개소해야 하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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