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체른 페스티벌 무대 서는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

래틀ㆍ외트뵈시ㆍ핀처 등을 사사
세 거장이 한 무대서 만나는
연주회서 보조 지휘자로 나서

지휘와 작곡을 병행하는 ‘현대음악가’ 최재혁의 롤모델은 의외로 대단히 고전적이다. 최재혁은 “작곡은 베토벤, 지휘는 카라얀 같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성 기자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4)이 세계적인 음악 축제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거장들 앞에 선다. 축제 기간 젊은 음악인을 대상으로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의 보조 지휘자(conducting fellow)로 선발돼 다음달 16일까지 사이먼 래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작곡가 겸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 마티아스 핀처 앙상블 앙텡콩탱포랑 음악감독을 사사하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습 지휘도 맡는다. 이달 26일에는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앙텡콩탱포랑을 지휘한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최재혁은 “콩쿠르 우승만큼이나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작곡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콩쿠르 우승곡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 3번’은 이달 중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를 통해 디지털싱글로 발매된다. “세계 최고 클래식 음악축제라면 짤츠부르크 페스티벌, 루체른 페스티벌을 꼽는데, 그중 루체른 페스티벌은 현대음악 비중이 굉장히 커요. 저는 작곡, 지휘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루체른에 초청받고 싶었어요.”

6세 때 바이올린을 배운 최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후 학생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르떼유스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는데, 취미로 음표를 오선지에 그리곤 했단다. 최씨의 재능을 특별하게 본 박정선 전 단국대 음대학장의 권유로 중 3때 미국으로 유학, 보스턴 월넛힐 예술학교와 뉴잉글랜드 콘서버토리 예비학교를 거쳐 현재 줄리아드음악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3년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후 작곡가 진은숙에게도 가르침을 받는다.

26일 루체른 페스티벌 데뷔하는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 김주성 기자

이번 축제를 통해 만나는 세 명의 거장 중 두 명과는 이미 인연이 있다. 먼저 마티아스 핀처.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담당 교수로 “현대음악을 로맨틱하게 지휘”한다. “현대음악이 얼핏 딱딱하고 메마르게 들릴 수 있지만, 루바토(연주자가 자유롭게 템포를 바꿔 연주)를 자유롭게 쓰며 곡에 흥미를 불어넣어요.”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페테르 외트뵈시와는 5년 전 한 마스터클래스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때 ‘지휘봉 젓는 법’을 배웠으니까, 곡을 해석할 단계가 전혀 아니었죠(웃음). 외트뵈시는 (스승인) 피에르 불뢰즈 같은 지휘를 해요. 간결하고 감정이 배제된, 모든 게 투명한 연주죠.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악보에 있는 모든 걸 다 표현합니다. 이번에 곡해석이 정말 기대됩니다.” 사이먼 래틀과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래틀인데.”

최재혁은 26일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쿠르탁(G.Kurtag)의 오케스트라 작품과 짐머만 (B.A.Zimmermann)의 두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지휘하며 데뷔한다. 다음달 6일 같은 장소에서 세 거장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슈톡하우젠의 ‘3개의 오케스트라와 3명의 지휘자를 위한 그루펜’ 연주회에서는 보조 지휘자로 나선다.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는 피에르 불레즈, 마티아스 핀처와 같은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인 그는 클래식 음악, 그 중에서도 딱딱하고 어렵다고 선입견을 갖는 현대음악에 대해 “새 아이디어를 주는 힌트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철학이나 미술, 음악은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잖아요. 새로운 생각이 전파되기도 하고, 거기서 시장이나 사회가 움직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게 현대 예술이니까. 미래의 사고방식, 앞으로의 변화를 아는 힌트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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