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반감 상쇄안 마련 등 대비
외교부-일본 전범기업 접촉에도 관여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전범기업 상대 민사소송(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박근혜 청와대가 대법원 판단이 뒤집어질 경우 피해자 및 국민적 반감을 상쇄할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청와대가 일본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인과 접촉해 재판거래에 나선 것으로 파악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ㆍ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윤병세 외교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비밀 회동을 가진 사실을 포착했다. 대법원에서는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참석했다. 박 당시 처장은 전국 각지의 모든 강제징용 소송 진행 경과를 정리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동이 2013년 12월 1차 공관 회동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과 윤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불러 최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지연시키거나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 이 재판을 전원합의체로 재배당해 기존 판결을 뒤집을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2차 회동에서 재판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정 전 장관이 참석한 이유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을 경우 예상되는 피해자 및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재단 설립을 염두에 두고 정 전 장관을 배석시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한ㆍ일 위안부 협정 체결을 준비 중이던 박근혜 청와대가 협정 체결과 대법원 판단 번복이 잇달아 발생했을 때 생길 후폭풍을 진정시킬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위안부 협정 체결 후 정부는 2016년 7월 협정 체결 대가로 일본 정부에서 받은 10억엔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을 설립했다.

또, 검찰은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법원행정처 간부들과 외교부 간부들이 수차례 접촉한 배경에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인과 당시 청와대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전범기업 측 변호인은 대법원 재판부에 외교부 의견을 제출하고, 재판부가 그 요청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외교부는 수 차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고, 2016년 11월 대법원은 해당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해 지난달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전범기업 측과 협의한 청와대가 재판거래 판을 짜고, 그에 따라 외교부와 대법원이 움직인 셈이다.

검찰은 당시 회동에 참석한 조 전 수석과 정부 관계자 등을 불러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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