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지난 주말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최고의 ‘신 스틸러’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었다.

개막식 볼거리 중 압권이었던 ‘오토바이 영상’은 대통령궁을 출발한 위도도 대통령이 교통이 막히자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개회식장에 도착한다는 콘셉트다. 헬멧을 쓴 대통령이 도중에 첩보영화처럼 트럭으로 만든 경사를 이용해 공중 점프를 하고 좁은 골목을 누비는가 하면, 횡단보도에서는 멈춰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돕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정장 차림의 사람이 실제로 오토바이를 몰고 개회식이 열린 주경기장에 들어왔다가 통로로 잠시 사라진다. 이어 영상 속 사내가 헬멧을 벗는 장면이 클로즈업되는가 싶더니 위도도 대통령이 개회식 귀빈석에 깜짝 등장했다. 대역 스턴트맨으로 미리 영상을 만들어둔 뒤 위도도 대통령이 실제 입장하는 장면과 감쪽같이 이어 붙인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첫 민선 대통령인 그가 ‘인도네시아의 버락 오바마’라는 별명답게 서민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대통령이 오토바이 탄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만든 개막식 볼거리치고는 효과가 컸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나서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수많은 스포츠 영웅을 뒤로 한 채 대통령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구도 때문이다. 개회식은 국내 정치 무대가 아닌 아시아 스포츠 제전 아닌가. 인도네시아에선 대통령이 모든 일에 다 관여하나 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제목처럼.

선진국일수록 권력 분산이 잘 돼 있다. 견제와 균형 장치가 촘촘해 제왕적 권력이나 특권은 허용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참견하는 권력을 최선으로 치지도 않는다. 국가 권력이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고, 사전에 영상물을 가위질하던 시절로 돌아가기 싫은 이치와 같다.

그럼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에서 자유롭나. 지난 5월 대통령 개헌안이 폐기된 이후 권력 분산 논의는 종적을 감췄다. 대신 청와대 권력이 적폐청산을 무기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남북관계 개선 등 정권의 정체성 사안에 있어선 청와대가 주도하는 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정부 부처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문제다.

공직사회는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적폐로 찍힐까 봐 복지부동 모드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일부 부처는 장관이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고 한다. 청와대 검증 단계에서 번번히 막히기 때문이다. 이건 여당 대표로 출마한 한 후보 진영 핵심인사가 출마 목적이 청와대 견제라면서 털어놓은 얘기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을 짊어지므로 권한이 막대하다. 스스로 권력을 경계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흐르기 쉽다. 참여정부 청와대 첫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주 인용하는 얘기가 있다. “공직사회와 여당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가 대통령의 언행이나 구미에 맞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른바 집단사고의 함정이다. 그러니 누군가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하면, ‘당신이 뭘 알아? 내가 더 잘 아는데’로 흐르기 쉽다.”

아직 50% 중반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두 달 사이 20%포인트나 하락했다. 고용쇼크로 일자리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진퇴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문팬들이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말하던 허니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오토바이마저 자유자재로 타는 대통령은 현실에 없다. 지방선거의 압승에 취해, 혹은 진보 20년 집권론에 혹해 오만이나 독선이 없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김영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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