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차 있을 수 있지만 목적지는 같다” 논리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 낙수효과 한계도 지적
경제지표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는 조언 많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최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정부 안팎에서 가장 논란이 일었던 사안은 ‘김&장 갈등설’입니다. 바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정책 기조,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해묵은 견해 차 때문입니다. 7월 고용동향 지표가 최악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19일 긴급 당ㆍ정ㆍ청 회의가 열렸는데 김 부총리가 정책 개선 검토 언급을 하면서 ‘엇박자, 갈등설’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죠.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 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경고를 날렸습니다. 또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정책이 효과를 내는 분야가 있지만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족한 분야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21일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언론 보도 등에선 파문이 가라앉지 않았고, 일부 언론에선 장하성 실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 축소 문제를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일까지 빚어졌습니다.

결국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1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백브리핑을 자처했습니다. ‘김&장 갈등설’을 해명하며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목적지는 같다”는 논리였죠. 이 고위 관계자의 기자실 방문 브리핑은 지난 4월 드루킹 문제에 청와대 비서관들이 연루됐다는 의혹 해명 후 사실상 처음이었을 정도로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만큼 김&장 갈등설이 청와대 입장에선 심각한 의제라는 방증이겠죠.

고위 관계자는 우선 갈등설을 두고는 “우리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투톱으로서 목적지에 대한 관점은 같다고 봅니다. 다만 그걸 실행해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차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의견차가 또 건강한 토론을 통해서 서로 보완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그게 갈등이라는 어떤 프레임 속에 갇혀 버리면, 그분들이 어떤 얘기를 해도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와 대척점에 있다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 이런 관점에서 가게 되면, 정책의 응집력이나 힘이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우려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고, ‘직을 걸고 대응하라’고 한 데는 이런 메시지가 다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대통령과 김 부총리, 장 실장이 다같이 토론해도 거기서도 시각차가 있습니다. 그건 포용적 성장의 3축이라고 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이런 부분에서 서로의 역할 분담, 그리고 서로가 보완하는 관계, 서로의 관점들이 또 얘기를 하다 보면 서로 새로운 어떤 지점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이건 너무나 건강하게 토론하고 얘기하는 거죠. 우리가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한꺼번에 모든 사람들이,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사람이 모두다 똑같은 관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관점, 저런 관점도 있었지만 ‘큰 방향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런 정책적 수단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부분에서 토론해 온 거죠. 우리가 여러분에게 아무 문제 없다 하는 건 의견, 생각의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니고 그런 부분까지 충분히 우리가 정부 내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봐서 여전히 두 분에게 맡기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경고라 했지만 대통령께서 경고가 됐든 뭐가 됐든간에 강력히 얘기하는 건 두분 생각이 같다고 해서 신뢰를 주고 가는 겁니다”라고 반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고용상항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영표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배우한 기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 혹은 그 이전 정부들의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 전환 필요성에 대한 현 정부의 고뇌도 털어놨습니다. “지금 경제상황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70년 동안 우리가 해왔던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그런 과정에 있는 것이죠. 그 과정이라는 게 어디 쉽나요? 굉장히 어려운 과정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또 의견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요. 그런데 왜 그 정책들을 바꿔야 했는지, 바꾸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한 저희의 문제 제기, 인식, 이런 부분은 여러분도 충분히 같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대기업 육성 중심의 낙수효과도 반박했죠. “지난 10년 동안, 또는 더 거슬러 올라가 경제정책을 대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해왔고, 그 낙수효과를 통해서 상당히 발전했고, 한국경제가 단시간 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었죠. 그러나 그게 오래 지속이 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계소득은 정체 상태 또는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그런 상황까지 왔고, 그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더욱더 확대되는 그런 상황에 왔습니다. 아쉽게도 낙수효과로 새로운 경제적 활력을 찾는 게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그만큼 또 새롭게 창출되지도 않고 이런 과정들이 오랜 터널들을 거치고 왔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에 대해서 저희가 새롭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에 왔었고 그런 정책들을 지금 추진한 게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가지 축입니다.”

또 “지난 10년간 법인세 깎아주고 기업프렌들리도 했잖아요. 했는데 안 되는 것도 여러 요인이 있겠죠. 구조적 요인도 있을 테고 중국 부상도 있을 테고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못찾는 것도 있을 겁니다. 다 있겠죠. 어쨌든 그런 낙수효과가 과거에는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효과가 점차 없어지고 양극화가 더 확대되는 것 같다는 그런 문제 인식을 갖게 된 거잖아요”라는 반론도 제기했습니다.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도 옹호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중엔 최저임금도 있고, 근로시간 단축도 있고,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적 관점도 있습니다. 생각했던 만큼의 일자리나 고용 부분에서 효과가 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굉장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상용근로자 수는 늘어났습니다. 일자리 질은 좋아지는 쪽으로 간다고 볼 수 있죠. 고용 있는 자영업자도 또 늘어나요. 그러니까 통계를 통해서는 싸인들이 아직은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경제 구조적인 요인도 있고, 경기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복합적 요인들이 지금 불확실성을 좀 더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는 특히 “소득주도성장도 결국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가 있는 것이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이유는 없는 거죠. 다만 소득주도성장이 여러 가지 측면이 있고 여러 가지 정책이 있는데 모든 만악의 근원은 최저임금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은 저희가 선뜻 동의할 수 없는 거죠”라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브리핑 후 일부 보도에서 소득주도성장론 변경 가능성을 거론하자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변경을 얘기한 게 아닙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으로 등치시키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며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라는 문자 해명도 보내왔습니다.

청와대는 경제동향 지표 하나하나에 비상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도 여러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3년 8개월 성패도 결국 경제 성과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례적인 브리핑도 있었던 것이겠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전략 문구처럼 경제정책에서 승부가 난다고 청와대는 인식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일부에선 ‘바보야, 경제도 문제야’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경제정책 성과도 중요합니다. 다만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잘하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점수를 쌓아가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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