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는 사육사를 물어 죽인 이후 3년 넘게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내실에만 갇혀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015년 2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한 사육사가 사자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자들이 내실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모르고 사육사가 방사장 안으로 들어가 변을 당한 것이다. 당시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사람을 죽인 사자 두 마리를 놓고 다른 시설로 보내느냐, 안락사를 시키느냐에 대한 논란도 컸다. 당시 사자들은 본능에 충실했을 뿐 사고는 사람 잘못이라는 의견이 나온데다 사자들을 바로 안락사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어린이대공원은 두 마리를 약 26.4㎡(8평)의 좁은 내실에 두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3년 4개월이 지난 올해 6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도움으로 다크(12세ㆍ수컷)와 해리(8세ㆍ암컷), 그리고 2016년 둘 사이에 태어난 새끼 해롱이(2세ㆍ암컷)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소인 ‘와일드애니멀 생츄어리(TWAS)’로 떠났다.

미국 야생동물 보호소 ‘와일드애니멀 생츄어리(TWAS)에 도착해 적응 중인 해리.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실 다크와 해리가 국내에서 다시 전시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느 동물원에 가더라도 ‘사람을 죽인 동물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을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국내 전시는 동물보호단체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서울대공원을 제외한 국내 동물원의 경우 사자를 사육할만한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춘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공원도 이들을 받아줄 여건은 되지 못했다.

더욱이 두 마리의 사자는 내실에서 지내면서 새끼까지 낳았다. 태어나자마자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좁은 방에서만 살아야 했던 새끼는 뇌에 이상이 생겼다. 보행장애도 있는데다 비타민A 결핍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세 마리의 사자를 내실에만 두는 것은 사자들뿐 아니라 이를 돌보는 이들에게도 고통만을 안길 뿐이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소인 ‘와일드애니멀 생츄어리(TWAS)'에서 사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자 가족의 운명을 책임진 건 민간단체였다. 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초부터 사자들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동물원이나 쇼에 동원되지 않고,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생츄어리를 수소문했고, 이들의 인수에 적극적인 미국의 TWAS를 새 보금자리로 결정했다. TWAS 측은 사자들을 인수하기 전 사고의 과정을 확인했을 뿐 사고는 인수에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게 동물단체의 설명이다. 사자 이송을 도맡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전시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동물을 탓하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사육사를 숨지게 한 이후 5년째 홀로 격리되어 살아가는 호랑이 로스토프. 서울시 제공

사자 가족을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 어린이 대공원 사고가 있기 2년 전인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죽인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7세ㆍ수컷)다. 로스토프는 사고 이후 5년째 내부 방사장에서 홀로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은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야생에서 살아가야 할 맹수들을 좁은 공간에 가두어 전시했다. 부실한 관리는 인명사고로 이어졌고, 동물은 결국 사람을 죽였다는 멍에를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사자 가족이나 호랑이 로스토프의 존재는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는 점이다.

세 마리의 사자가 무사히 살 곳을 찾은 것은 너무나 다행이다. 이들을 잊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홀로 남은 로스토프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미국으로 이송되기 전 어린이대공원 내실에 있던 해리와 해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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