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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에너지 전환과 탈원전

입력
2018.08.21 18:23
수정
2018.08.21 19:4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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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가 환경 문제이자 경제 문제로, 나아가 미래 생존 문제로까지 인식되면서 석유ㆍ원자력 의존형 에너지시스템의 전환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은 1973년 제1차 석유위기로부터 본격화했다. 독일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들은 이때부터 탈석유ㆍ탈원전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다. 탈핵은 반핵평화운동과 결부되기도 했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계기로 탈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의 가속성이 더해졌다.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가 되는 최근 들어선 석탄을 포함한 근대 에너지의 전면적 전환, 즉 대안 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최근 에너지 투자는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집중되어 석유나 원전을 앞서고 있다. 2018년 블룸버그 보고서에 의하면, 이 추세는 가속화되어 2050년까지 발전설비 투자의 73%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된다. 그 결과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가 2015년 23%에서 2050년 64%로 느는 반면, 원전은 20% 전후에서 10% 이하로 줄어든다. 1973년 석유위기로부터 시작해 이후 1970-1980년을 거치면서 에너지 전환은 석유ㆍ원자력 중심에서 풍력ㆍ태양광 중심으로 에너지 구성이 바뀌는 모습이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레짐(regime)’을 구성하는 에너지원이 긴 시간을 통해 재구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석유ㆍ원자력 에너지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신재생에너지가 이를 대신하는 것이 가능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가령, 과도한 설치비, 사용후 핵 처리비용, 위험비용 등으로 인해 원전은 매년 10%대로 오르지만, 기술개발, 세제 지원, 시장 확대 등으로 태양광발전은 5년마다 가격이 반으로 떨어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보면, 탈원전은 원전만 떼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되는 것을 전제한다. 탈원전은 이렇듯 ‘에너지원의 재구성’이란 긴 조정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최근 탈원전 반대론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탈원전을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의 문제로 보지 않고 단기적인 수급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이다. 탈원전 반대 논거로 제시하는 전력공급 부족, 전력가격 상승, 미세먼지 등은 일시적 혹은 과도기적 문제로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어느 나라나 겪는 것들이다. 이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에너지전환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탈원전 반대가 혹여 기존의 석유ㆍ원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OECD 국가 중 에너지 효율성이 가장 낮은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무엇을 위해 지켜야 하나? 산업화 시대에 구축된 거대 에너지 카르텔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탈원전 반대는 심각한 역사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에너지 전환으로서 탈원전은 에너지의 장기적 재구성이란 관점으로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민주주의의 도움으로 풀어가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모범국인 독일 덴마크 등을 보면 모두 긴 시간을 통해 형성된 에너지 분권, 에너지 공유, 에너지 정의 등을 담보하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활발하다. 독일의 경우, 시민이 소유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이 전체의 47%에 이른다. 덴마크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가격이 더 비싸지더라도 국민의 63%는 에너지전환을 지지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조사(2017)에 의하면, 국민(응답자)의 84.6%가 탈원전ㆍ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지지하고 개인당 월 1만5,013원의 전환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한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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