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에서 배우 민지영은 음식을 준비하다 시어머니의 추궁에 “친정에서 갈비탕을 받아 왔다”고 고백했다 . MBC 제공

고부갈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의 자극적 설정이 도를 넘고 있다. 가족 관계에 관한 건강한 논의를 이끌기보다는 ‘분노 유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악마의 편집’, ‘조작 방송’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MBC 예능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이나리’)에 출연했던 개그맨 김재욱씨와 아내 박세미씨는 최근 제작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하차했다. 김씨의 부모는 방송에서 ‘가부장제의 화신’으로 묘사됐다. 박씨는 김씨 부모의 집에서 만삭의 몸으로 힘겹게 음식을 차려야 했고, 시아버지에게 자연분만을 강요받았다. “왜곡된 장면”이라고 김씨는 반발했다. 김재욱은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집만 악랄한 집안을 만들었다”며 “아내는 방송 섭외 전 제왕절개를 이미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MBN 토크쇼 ‘속풀이쇼 동치미’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대결 구도로 설정하고 갈등을 선정적으로 그린다. 가수 방주연은 지난 5월 방송에서 “나는 인권이 없는 며느리였다. 시어머니가 내 소변 소리로 건강을 체크했다”고 폭로해 논란을 불렀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은 문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종종 외국인 며느리를 철없게 그려 시청자의 지적을 받는다. EBS 제공

제작진은 방송에서 낮은 평등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문화 가정을 다룬 방송에서 고부갈등의 책임이 외국인 며느리의 책임인 것처럼 비치는 게 한 예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에는 ‘철없는 외국인 며느리’의 행동을 질책하는 내레이션이 자주 나온다. “옷이며 신발까지 시어머니에게 사달라고 한다”(7월 27일 방송), “시어머니가 시켜야 아기 목욕을 시킨다”(6월 29일 방송)를 비롯해, 외국인 며느리를 수동적이고 게으른 존재로 묘사한다. 다문화를 다루겠다고 시작한 방송이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고부갈등은 방송사가 선호하는 소재다. 다양한 세대의 눈을 붙잡아 둘 수 있어서다.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후진적 젠더 의식 등을 제대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여성과 여성이 싸우는 구도인 고부 갈등이 여전히 가족 갈등의 주원인으로 그려지는 것도 문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에서 고부갈등을 극적으로 그려 놓고 이를 푸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갈등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니 시청자의 오해를 산다”며 “고부 갈등을 다루려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에도 할 말은 있다. 일부 PD들은 방송 분량의 한계를 문제로 지적한다. 시간 관계상 전후 맥락 없이 특정 사건만 노출시키다 보니 시청자의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찰예능을 제작하는 한 예능PD는 “한정된 시간 안에 출연자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며 “가족 갈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갈등 이후 관계의 성장을 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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