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

남북 체제ㆍ이념 차이 따른
삼촌ㆍ조카 북미관계 논쟁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혜도(86·가운데)가 북측의 언니 조순도씨(89)를 만나 부등켜 울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원래 이때쯤 딸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큰아버지를 보려고 미뤘어요. 그래서 9ㆍ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에 해요.”

20일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 단체 상봉에서 남측 큰아버지 차제근(84)씨를 만난 북측 조카 성일(50)씨는 딸의 웨딩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처음 만나는 큰아버지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며 “큰아버지, 죽기 전에 고향에 한번 오라요”라고 말하는 조카를 보면서 제근씨는 “그래, 빨리 통일이 와야지”라고 화답했다.

못해준 게 많아 아쉬웠을까. 테이블에 놓인 다과를 가족에게 먹여주느라 바쁜 모습도 연회장 곳곳에서 보였다. 신재천(92)씨는 북측 여동생 금순(70)씨에게 사과를 먹여주면서 “오빠가 먹여주니 맛있지?”라고 연신 물었다. 단체 상봉을 종료한다는 공지가 나온 뒤 오빠가 동생의 한복 옷고름을 다시 만져주고, 명찰을 고쳐준 뒤 뒤돌아 서자, 금순씨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체제와 이념 차이로 인한 가벼운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북측 성일씨가 큰아버지 제근씨와 통일의 필요성을 얘기하다 “미국을 내보내야 해, 큰아버지,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행을 안 한단 말이에요”라고 불만을 표시하자, 제근씨도 질세라 “6ㆍ25는 김일성이 내려와서 일어난 것”이라고 맞받았다.

북측에서 받은 표창을 들고 와 자랑하는 이도 여럿이었다. 주정례(52)씨는 ‘김일성 수령으로부터 받았다’는 표창장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는 게 어떻겠냐는 남측 지원인력의 권유에 “최고존엄을 어떻게 내릴 수 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남측 할머니 권석(93)씨를 만나러 온 북측 손자 리철(61)ㆍ리윤(56)씨도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받은 훈장 6개를 꺼내 보이며 자랑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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