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종헌 UBSㆍ하드디스크서
헌재 비공개 문건들 다수 발견
일부 재판관에 법원 의견 압박도
당시 파견 부장판사 등 압수수색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당시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가 헌재 대외비 문건 등 다수 내부 자료를 양승태 대법원에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헌재 내부정보가 담긴 문건들을 발견했다. 이 중에는 2016년 말~지난해 초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신속하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지시하는 비공개 발언 등이 포함됐다. 박 전 소장은 지난해 1월 31일, 이정미 전 재판관은 같은 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둔 상태라 헌재가 진행 중인 심판을 언제,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은 2017년 3월10일 났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시기나 결론에 따라 대통령 선거 유무는 물론, 대선 판도까지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라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향후 정세 판단을 위해 정보를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헌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한 헌법재판소 내부 대비 관련 보고서 등 대외비 문건과 법원과 관련한 사건을 놓고 이뤄진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 등 내부 정보가 유출 문건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관련 문건들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20일 최 부장판사 사무실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집과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최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에 파견돼 근무했다. 최 부장판사가 빼돌린 헌재 내부정보는 이 상임위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순차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 부장판사의 보고 문건들은 지난달 31일 대법원이 추가로 공개한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등의 문건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박근혜의 식물대통령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거나 “보수, 진보, 여야의 문제는 아님→박근혜 개인의 궤멸에 불과”라고 분석하고, “대북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헌재가 개헌 대비 움직임을 보이자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와 우위 다툼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헌 대응반’을 구성한 내용도 나온다.

최 부장판사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3년→6개월) 관련 판결 ▦현대자동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이 판단을 내린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 평의 내용과 재판관들의 개인적 견해, 일선 연구관들 보고서까지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법원 측은 이와 관련해 일부 재판관들에게 법원 측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관들을 압박해 헌법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양승태 코트가 최고 법원의 위상을 놓고 헌재와 벌인 힘겨루기에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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