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財)야의 고수를 찾아서] <23> 은행원 출신 동명희 미래설계 디자이너
개인에 버거운 주식, 부동산 대신
펀드-신탁-채권 등 온갖 상품 가입
안전장치 많아 원금 손실 드물어
투자할 돈 없는 사회초년생은
목돈 300만원 모으면 금세 불어나
은행 꾸준히 찾아 상품 공부해야
미래설계 디자이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동명희씨는 “매일 커피 한잔 덜 마시기, 택시 타지 않기 등 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삶에서 필요한 소비들은 하되 나의 소비를 돌아보고 돈을 모으는 재미를 먼저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보유 금융 자산은 평균 2만8,180유로(2017년 11월 알리안츠그룹 조사결과)다. 미국(17만7,210유로) 스위스(17만5,720유로) 일본(9만6,890유로) 등에 비해 한참 낮은 세계 22위에 불과하다. 이렇게 금융 자산은 낮은 반면 1인당 평균 부채는 2만4,200유로로, 세계 평균(1만7,490유로)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금융상품보다는 주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투자 공식에 반기를 든 이가 있다. 은행원 생활 25년간 금융상품에만 투자해 금융자산 18억원을 모은 동명희(45)씨가 그 주인공이다. 든든한 자산을 마련한 동씨는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재테크 상담과 노후 자산관리 등을 해주는 미래설계 디자이너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7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동씨는 “부동산은 진입 장벽이 높고, 현금화하기 어렵다”며 “현금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투자하기 쉬운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8억원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도 없이 어떻게 모았나.

“1994년 신한은행에 취직해 첫 월급으로 88만원을 받았다. 이중 70%인 60만원을 저축한 게 시작이었다. 때에 따라 더하고 빼기도 했지만 월급의 절반은 늘 저축통장에 넣었다. 그때는 금리가 10%도 훌쩍 넘었으니 사실 저축만으로도 금융자산이 금방 늘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 후 합심해 6년 만에 6,500만원짜리 집을 장만했다. 그런데 2002년 남편이 대출 받아 주식투자를 했다. 투자했던 회사가 상장폐지 직전까지 가면서 집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때 부동산ㆍ주식과 멀어졌다. 다시 0부터 시작했다. 통장을 30개로 쪼개 갖가지 금융상품에 가입했다.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신탁,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돈을 넣었다. 수익이 나면 다시 재투자를 하는 식으로 계속 굴렸더니 갈수록 돈이 불었다.”

-금리도 낮고, 푼돈으로는 복리 효과도 낮다. 목돈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쌈짓돈 300만원만을 모아봐라. 돈은 금방 불어난다. 당연히 처음은 어렵다. 소득 자체가 너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여유자금이 없는 맞벌이 부부, 육아가정, 저소득층 등은 일반적으로 ‘투자할 돈이 없다’, ‘모은 돈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은 당장 1원씩이라도 모으는 수 밖에 없다. 한 달이 걸리든, 일년이 걸리든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예ㆍ적금 등을 제외한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상품 대부분의 최저 가입 요건이 300만원이다. 이 기본자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300만원에서 500만원, 1,000만원 그렇게 1억원까지는 좀 아끼면서 열심히 모아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수익이 더 좋지 않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은 개인이 상대하기 버겁다. 반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은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한 상품이 많다. 원금을 몽땅 까먹을 일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투자수익이 낮은 것도 아니다. 예컨대 99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한 채가 4억원이었다. 지금은 15억원쯤 한다고 치자. 20년간 10억원 오른 셈인데, 나도 20년간 금융상품에만 투자해 10억원을 모았다. 부동산 수익은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투자비용이 많고, 거주할 집을 사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위험성도 크다. 통상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고, 그 대출을 다 갚고 나면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돼 노후가 막막해진다. 집에 몽땅 투자해 깔고 앉는 바람에 쓸 돈도 없다. 높은 수익보다 월급처럼 꾸준히 소득이 생겨야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고, 안정적인 삶도 누릴 수 있다. 그러려면 금융자산을 늘려야 한다.”

부동산 투자 없이 금융상품만으로 18억원을 모은 동명희씨. 김주성 기자

-18억원은 어떻게 굴리고 있나.

“현재 18억원 중 10억원은 3,4억원씩 ELS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펀드, 적금, 채권 등에 나눠 투자했다. ELS 상품 중에서도 원유, 기업 등 특정주가를 따르는 상품보다 코스피와 유로, 항셍지수 등 변동폭이 비교적 적은 상품을 선택한다.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일정기간(3,6개월) 내 주가가 폭락하지만 않으면 5% 안팎의 수익이 보장된다. ELS보다 좀더 안정적인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도 추천한다. 이렇게 다양한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은행 상품에 투자한다고 적금이나 펀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어느 상품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상품에서 만회가 되도록 분산하는 게 좋다. 펀드도 한번에 거액을 넣는 거치식보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가입하면 적어도 5%이상 수익을 내기 마련이다. 투자할 때는 ‘오나미’(5%의 수익이 나면 미련 없이 버린다) 전략을 명심하는 게 좋다. 5% 이상이 수익 나면 환매하고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재 매달 350만원씩 소득이 생기고 있다. 원금 손실 없이 이자만 갖고도 월급을 받는 셈이다.”

-0.1%라도 좀더 수익이 좋은 상품을 고르는 방법은

“요즘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으로 상품 가입을 많이 한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수수료도 싸고 이율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은행 지점을 많이 찾는다. 불확실한 정보는 믿지 않기 때문이다. 지점에서 보면 부자들은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도 없을 때까지 물어본다. 그리고 확신이 서면 과감히 투자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푼돈 투자한다고 쉽게 하면 안 된다. 푼돈일수록 공부해서 안전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 인터넷도 좋지만 은행 지점을 자주 찾아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투자할 돈이 없어도 자주 가서 ‘요즘 수익이 좋은 상품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하고,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봐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공부하는 것처럼 금융상품도 잘 알고 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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