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유족급여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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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회사 지점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담당한 A씨는 2014년 5월말 출근한다고 집을 나간 후 사흘 만에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실종 하루 전 부인에게 전화를 해 “200만원을 구해달라”고 하는 등 채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A씨가 빚을 지게 된 원인은 월말마다 회사에 입금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평균 1억원이 넘는 월간 매출 목표치를 받아온 A씨는 목표 달성 압박을 받자 ‘가판(가상판매)’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판매하지 않은 물품을 판매한 것처럼 회사에 보고하고 그 대금은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방식. 판매 하지 못한 물품들은 별도 보관하다 회사 수금 독촉이 심해지면 도매상에 헐값으로 덤핑 판매했다.

문제는 서류상 판매단가와 덤핑 판매가의 차액을 영업사원이 채워 넣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A씨는 월말마다 다른 직원에게 돈을 빌리거나 금융권 대출을 받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1년 전에도 잠적을 한 적이 있을 만큼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예기치 못한 일까지 겹쳤다. 동료에게 280만원을 빌려 대부업체 대출금을 갚았는데, 이 대부업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자신이 돈을 보낸 사실을 잊고 다시 200만원을 보냈다. 대부업체 직원과 통화하다 문자가 사기였다는 걸 깨달은 A씨는 결국 죽음을 택했다.

A씨 부인은 이듬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개인적인 채무와 보이스피싱 사고가 신병비관으로 이어져 자살하게 된 것”이라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지급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한 지점은 영업사원별로 월별 목표치를 설정하고 미달성시 판매수당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지점장에게 욕설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기도 했다”면서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인식능력 등이 눈에 띄게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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