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7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한 뒤 안타까워하고 있다. 반둥=연합뉴스

조 1위를 놓친 김학범호가 앞으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9시(한국시간) 키르기즈스탄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차전에서 생각지도 않게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면서 조 1위 가능성이 사라졌다. E조는 말레이시아가 2승(승점 6)으로 1위, 한국이 1승1패(승점 3)로 2위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을 가장 먼저 따지기 때문에 최종전에서 한국이 키르기즈스탄을 이기고 말레이시아가 바레인에 져도 말레이시아가 1위, 한국이 2위다.

만약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비기거나 패하면 조 3위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 손흥민(26ㆍ토트넘) 등 최정예 멤버를 가동할 방침이다.

2위로 올라가도 결승까지 ‘첩첩산중’이다. 16강부터 만날 팀들이 1위를 했을 때보다 어려운 상대가 많다. 16강전 날짜도 조 1위에 비해 하루 이른 23일이라 휴식 날짜도 하루 줄어든다.

한국이 2위가 되면 16강에서 F조 1위와 만난다. F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나란히 1승1무(승점 4)로 선두권이다. 두 팀 다 껄끄러운 상대다. 8강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이 기다린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팀이다.

경기장 문제도 있다. 한국은 조 1위로 올라가면 16강을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치른 뒤 8강부터는 파칸사리 스타디움 한 곳에서만 경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위가 되면서 16강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소화하고 4강전까지 각기 다른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한다.

선수들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골키퍼 송범근(21ㆍ전북)과 공격수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은 SNS 계정을 닫아야 할 정도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송범근은 말레이시아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첫 골을 헌납했고 황희찬은 경기 후 상대 선수와 악수도 없이 나와 ‘비 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팀 간판 손흥민의 SNS도 엉망이 됐다. 말레이시아 팬들이 조롱 글을 달자 한국 팬들이 욕설로 대응하면서 그의 SNS는 양국 팬들의 전쟁터가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선수단이 일제히 ‘내 탓’을 외치며 재빨리 수습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에서)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했다.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했다. 험난한 일정에 대해서도 “우리가 자초한 일이니 기꺼이 감수하고 극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도 “선수들이 ‘이 팀 정도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 배에 탄 20명 모두의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미드필더 황인범(22ㆍ아산) 역시 “모두가 예선이 아닌 토너먼트를 미리 내다본 것 같다. 안일했다”고 반성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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