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내달 ‘뮤즈 온 뮤직’ 공개

대형 기획사도 없었던 시도
음악 저평가 뒤집으려 몸부림
아이돌그룹 러블리즈가 노래 ‘종소리’(2017)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댄스그룹 ‘서태지와아이들’이 1995년 낸 4집 ‘컴백홈’은 ‘멍든’ 앨범이었다. 수록곡 ‘시대유감’의 가사가 싹둑 잘려서다. 사전 심의에서 반항적인 노랫말이 문제가 됐다. 서태지는 결국 이 곡의 연주만 앨범에 실었다. ‘시대유감’을 가사와 함께 온전히 들을 수 있었던 건 이듬해,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뒤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중 가수 앨범에 노래 없는 연주곡이 있다면, 이런 ‘아픈 사연’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로부터 22년 뒤. 댄스그룹 러블리즈가 내달 중순 연주곡만 실린 앨범 ‘뮤즈 온 뮤직’을 낸다. ‘캔디 젤리 러브’ ‘아츄’ ‘데스티니’ ‘와우’ 등 기존 히트곡의 연주곡 버전이다. 여성 아이돌 그룹이 연주곡 앨범을 내는 건 처음이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등 3대 대형 기획사에서도 시도한 적 없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흔히 ‘아이돌 음악’은 가볍다고 여겨진다.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져 ‘반짝 유행’이 지나면 들을 일이 없거나, 들을 수 없는 ‘인스턴트 음악’이란 편견도 작용한다. 러블리즈의 연주 앨범은 이에 대한 반격이다. 연주 앨범은 보통 기존 곡을 리마스터링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노래 파트를 빼고 묻혀 있던 악기 소리를 살린다. 음악 그 자체, 연주 그 자체를 강조하게 된다.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악적 힘을 보여주기 위해 연주 앨범 발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러블리즈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저평가된 아이돌그룹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데뷔작 ‘걸스 인베이젼’(2014)부터 ‘아 유 레디’(2017)까지, 4장의 앨범 모두 타이틀곡을 윤상이 속한 전자 음악 창작팀 ‘원피스’가 만들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주로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K팝 콘텐츠에서 ‘음악 그 자체’라는 새 화두를 던지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는 “팬들 입장에선 그냥 들어왔던 기존 음악에서 놓쳤던 소리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면서 “화려한 퍼포먼스에 밀려나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연주자들과 녹음 스태프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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