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잘라내는 기술 창시자
“유전자 가위 기술
질병 시달리는 사람에게 절실
윤리적 문제 이미 많이 다뤄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세계적 인물로 떠오른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대 교수. 유전자 가위 기술의 미래에 대해 과학자 공동체의 활약을 믿는다고 밝혔다. 프시케의숲 제공

“영어권에서는 ‘Genome Editing(유전자 편집)’이라 불러야 하느냐, 아니면 ‘Genome Engineering(유전자 공학)’이라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어요. 전 그 중에 ‘편집’을 고른 겁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DNA에 특정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워드 문서 작업에서 편집을 한다는 건, 곧 특정 단어를 찾아서 바꿨다는 의미인 것처럼요.”

19일 제니퍼 다우드나(55) UC 버클리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서 논란이 된 ‘편집’이란 말을 지극히 중립적인 의미에서 썼다고 강조했다. ‘Genome Editing’라는 용어의 번역을 두고 한국에서는 유전자 ‘변형’이냐, ‘교정’이냐, ‘조작’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번역어 논란은 유전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에다가 얼마나 많은 도덕적 가치 판단을 개입시키느냐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Editing’ 번역어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다.

동시에 이 논란은 다우드나 교수가 최근 과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하나라는 점을 반영한다. 알려졌다시피 그가 2012년 논문을 통해 공식화한 유전자 가위 기술, 곧 ‘크리스퍼-캐스9’은 21세기 생명과학계 최고의 혁신으로 꼽힌다. 문제 있는 유전자만 가위로 싹둑 잘라내 암 같은 불치병은 물론, 3,000여개에 이르는 유전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다우드나는 자신이 쓴 책 ‘크리스퍼가 온다’(프시케의숲)를 통해 15만원 정도면 유전자 편집 키트를 구매할 수 있는 미래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과학, 특히 생명과학에서는 기대가 커질수록 우려도 함께 커진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메일을 통해 물었다. 연구자로서 낙관적이되, 논란을 의식한 듯 유연한 답변을 내놨다.

제니퍼 다우드나가 자신의 연구에 대해 쓴 책 '크리스퍼가 온다'.

-유전자 편집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질병치료를 넘어 시력이나 지능 등 특정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 또한 유전자 편집에 속하는가.

“범위의 문제는 ‘필요냐 요구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아주 큰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향후 유전자, 그리고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높아지면 그 성과물과 의도치 않은 결과물들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좀 더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경계를 설정할 수 있으리라 본다.”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고친다는 얘기는 ‘정상 유전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여기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라고 말하겠다. 99.9%의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뇌를 만들어주는 유전자인데, 그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를 지닌 0.1%의 사람들이 신경적 변이를 보인다면 난 그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라 부르겠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상 돌연변이를 정확히 알아야 쓸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 개념도. 문제가 있는 유전자 일부를 떼어내 정상 유전자로 복구시키면 수많은 질병을 치료,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두고 선택권을 준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택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런 선택권은 늘 차별적이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민주화하려면 우리는 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쓰이는지에 대해 좀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대중이 그렇게 개입해야 정치가와 기업들이 유전가 가위 기술에 대한 선택권과 접근권이 좀 더 증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술적으론 유전자 가위가 혁신적이라 하다가, 윤리적으론 그런 기술은 늘 있어왔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가.

“크리스퍼는 혁신적 기술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윤리적 질문들은 GMO(유전자변형식품), 시험관수정 등에서 이미 수 차례 다뤄졌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유전자 가위라는 새로운 기술이 전적으로 새로운 도덕적 딜레마를 불러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황우석 스캔들 충격이 여전하다. ‘논문 사기’못지 않게,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불치병 환자 치료라는 휴머니즘적 호소에 대한 반감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연구 표준을 준수해야 하고, 그렇게 할 때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대중적 열망을 유지,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황우석처럼 지나치게 예외적인 사례를 강조하는 것은 수많은 연구들을 좌초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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