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개선안 내용은

#가안
현재세대 노후 보장에 초점
소득대체율 더 낮추지 않고
보험료율 내년 2%p 상향 후
5년마다 보험료율 재조정
#나안
미래세대 부담 완화에 초점
소득대체율 2028년 40%로 인하
10년간 보험료율 4.5%p 인상
다층연금체계로 노후 보장 취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 수준은 돼야 최소한의 품위 유지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신뢰가 확보된다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할 수 있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조치가 늦어질수록 후세대 부담이 늘어난다. 노후소득 보장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다층연금체계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보건복지부가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이하 제도위)가 약 8개월간 논의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제도위는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소득대체율 현실화 ▦사각지대 개선 ▦기금소진 우려 완화 등 고질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개선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이견이 컸다.

이날 공개된 제도개선안은 국민연금 적립기금을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로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 달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20세인 국민연금 가입자도 향후 70년간 안심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1년치 기금은 쌓아둘 만큼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게 제도를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제도위 위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인 보험료율 인상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까지 세 차례 재정추계 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깎거나 수급 연령을 높여왔는데, 20년째 9%에 묶여 있는 보험료율에 손을 대지 않고는 재정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 박구원기자

그러나 제도위 위원들이 제시한 두 가지 안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첫 번째 안(‘가’안)은 현재 세대의 노후소득 보장에 초점을 맞춰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는 대신 보험료율을 내년에 당장 2%포인트 올리는 방안이다. 이후 보험료 수입과 지출이 역전되는 2034년에 12.3%로 한번 더 인상하고, 향후 5년마다 보험료율을 조정한다. 제도위의 한 위원은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은 40%로 축소하기로 해 놓고 재정안정을 이유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면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렵다”며 “심각한 노인 빈곤은 현세대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이익도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첫 번째 안은 노후소득을 강화하는 대신 장기적인 추가 보험료 인상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4차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과 경제상황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2034년 이후부터 ‘30년간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로 재정 목표를 변경해 5년마다 보험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험료 인상 폭은 0.69~2.22%포인트 수준인데, 장기적으로는 일반재정 투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인 ‘나’안은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는 현행 계획을 유지하되,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까지 총 4.5%포인트를 올려 재정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원장은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연금체계를 보완해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국민연금의 지출조정에 신경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은 2088년까지 재정안정을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을 17.2%로 추산하는데,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현세대 부담이 큰 만큼 추가적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2030년 이후 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평균수명을 상회하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해도 재정 안정이 어려우면 보험료 인상을 추가 고려한다.

복지부는 제도위 의견을 바탕으로 9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 각 계층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만큼 단일안을 도출하려면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이 크게 반발할 조짐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1%포인트만 인상하더라도 기업 부담은 4조원이 늘어난다”며 “보험료 인상 논의 자체가 기업에겐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5년 전 재정계산 때도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이라 쉽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에 대한 제도 신뢰부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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