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마류밍 개인전 ‘행위의 축적’

서울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 선 중국 작가 마류밍. 학고재 제공

중국 행위예술의 선구자 마류밍의 개인전 ‘행위의 축적’이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17일 열렸다. 지난 세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나체 퍼포먼스 ‘펀ㆍ마류밍’의 흔적을 캔버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마류밍이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에서 여장을 한 나체의 모습으로 ‘펀ㆍ마류밍’ 퍼포먼스를 펼쳤던 1990년대, 중국 사회는 보수적이고 엄격했다. 행위예술이라는 장르 자체에 문외한이기도 했다. 신체의 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외친 마류밍의 작품 활동은 체포와 구금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졌다. 숱한 역경에도 마류밍은 시대를 이기고 세계 무대로 나갔다. 1993년부터 10여년 간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을 순회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펀ㆍ마류밍 만리장성을 걷다’(1998), ‘리옹에서 펀ㆍ마류밍’(2001), ‘몬트리올에서 펀ㆍ마류밍’(2001) 등의 연작으로 동시대 미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새겼다. 한국에서는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소개됐다.

No. 1. 2015~2016, 캔버스에 유채, 200x250㎝. 학고재 제공

이번 전시에는 과거 퍼포먼스 장면을 비롯, 마류밍의 다양한 인생 역정을 보여주는 19점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마류밍은 지난 퍼포먼스의 이미지들을 화폭에 불러오는 최근 작업을 통해 과거의 신념을 굳건히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젊고 아름다운 마류밍의 분신 ‘펀ㆍ마류밍’은 영원한 안녕을 고했지만, 그가 우리 시대에 남긴 정신과 흔적들이 다시 캔버스 위에 퇴적물처럼 쌓이고 있다.

마류밍의 시각적 표현들은 스스로의 삶의 경험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줄곧 삶 속에서 체득한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과 예술을 표현해 왔기 때문이다. 마류밍은 과거의 파편을 화면에 축적하고 최근의 기억을 재현하기 위하여 그가 창안한 독특한 기법의 회화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본래 회화를 전공한 작가답게 유려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단편화된 서사와 기억의 파편들을 누화법, 균열 화법으로 화폭에 옮긴다. 누화법은 마류밍 특유의 회화 기법으로, 성긴 캔버스의 후면에서 물감을 밀어내 표면에 스며들게끔 함으로써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No. 13. 2015, 캔버스에 유채, 200x150㎝. 학고재 제공

마류밍의 회화는 작가 자신의 인생과 철학, 진실한 표현이 축적된 화면이다. 개인의 시각적 경험과 미술사적 지식, 과거의 퍼포먼스로부터 불러낸 표상을 한 데 뒤섞어 화폭 위에 풀어놓는 행위다. 마류밍이 그리는 것은 특정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생각들의 중첩이다. 그는 구상과 추상, 표현의 재현을 넘나들며 지나간 시간과 신체의 자취를 재차 탐구한다. 마치 회화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는 듯하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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