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스터 션샤인

논산ㆍ대전에 각각 야외ㆍ실내 세트
높낮이 다른 땅 만들려 넉 달 공사
맥주에 옛날 라벨 만들어 부착
문서 옛느낌 나게 수입용지 사용
tvN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하는 미 공사관 집무실. 이 공간은 단 두 장의 흑백사진으로 되살려 냈다. CJENM 제공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고 가베(커피)를 마신다. 한성거리에는 노면전차가 다니고 가로수가 설치돼 점등식이 열린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풍경이다. 1890년대 실제 있었던 사실일까.

모두 사실이다. 제작진의 사전조사에 따르면 당시 실존한 서구 문물이 많았다고 한다. 미술팀 사이에선 “휴대폰 빼고 다 있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드라마는 400억원이 넘는 총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미술에 들였다. 고증을 위해 제작진은 충남 논산에 6,000평 규모의 야외세트, 대전에 2,000평 규모의 실내세트를 지었다. 미술팀은 해외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찾은 몇 장의 흑백사진만으로 사실감 있는 한성거리를 구현해내야 했다.

5일 방송에서 도공 황은산(김갑수)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 tvN 방송화면 캡처
“맥주·고종 예치금 증서도 모두 실존”

5일 10회 방송에서는 유진의 은인인 도공 황은산(김갑수)이 유진이 선물한 맥주를 달게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맥주는 실제 1890년대 국내로 들어왔다. 주동만 소품팀장은 “1900년대 실존한 외국 맥주의 라벨 사진을 참고해 새 라벨을 만들어 맥주병에 붙였다”고 밝혔다. 황은산이 사용한 오래된 병따개는 해외에서 사왔다.

극 초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고종의 예치금 증서도 실존했다. 예치금 증서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유진이 고종을 도와주면서 이야기에 새 국면을 맞는 중요한 장치다. 실제로 고종은 통치자금을 일본에 뺏길 것을 우려해 당시 독일계 은행에 예치금을 맡긴 바 있다. 주 팀장은 “드라마에 나오는 문서들은 일반 A4용지가 아니다. 옛날 종이의 느낌이 나도록 수입 용지를 직접 사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미술감독이 참고한 한성거리. 울타리를 허문 한옥집들이 붙어있다. 김소연 제공
다닥다닥 붙은 한옥마을 구현하려 논산 세트 만들어

논산에 대규모 야외세트를 지은 건 우리나라에 구한말 풍경을 구현한 야외세트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션샤인’의 김소연 미술감독은 “경남 합천뿐 아니라 중국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까지 답사했지만, 모두 1930년대 정도를 구현해 드라마의 배경과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확보한 사진자료를 보면 당시 한성거리엔 인구 증가로 울타리를 허문 한옥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2~3층으로 된 서양식 건물은 한 두 채가 다였다. 마당이 있는 한옥집이나 일본식 2~3층짜리 건물이 즐비한 기존 야외세트는 활용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땅의 모양이었다. 평평한 땅에 바둑판처럼 건물을 짓고 싶지 않았다. 결국 땅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가장 높은 지대에 쿠도 히나(김민정)가 운영하는 호텔, 중턱에 일본식 건물이 있는 거리와 돌다리, 맨 밑에 한성 거리가 있는 모습을 그렸다. 구상에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약 4개월간 토목 공사를 진행해 지금의 땅 형태를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5회 방송 쿠도 히나가 호텔 마당에서 펜싱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뒷배경으로 한성거리가 내려다보이며 장면에 생동감을 더했다.

김소연 미술감독이 참고한 실제 1890년대 미공사관 집무실 내부 사진자료. 한옥 건물에 서양식 가구를 들여 비슷하게 구현했다. 김소연 미술감독 제공
김소연 미술감독이 참고한 실제 1890년대 미공사관 집무실 내부 사진자료. 한옥 건물에 서양식 가구를 들여 비슷하게 구현했다. 김소연 미술감독 제공

미 해병대 장교 유진초이(이병헌)가 업무를 보는 미 공사관 집무실은 대전 실내세트에서 촬영했다. 미 공사관은 흑백사진 단 두 장을 참고해 만들었다. 한옥 건물에 서양식 가구를 들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김 감독은 “극 중 유진이 방문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며 “유진의 자리를 축으로 반대편은 방문자가 대기하는 공간으로 꾸며 화면에 인물이 효과적으로 담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미적 효과를 위해 고증을 따르지 않은 장치도 있다. 한성거리에 등장하는 노면전차는 처음엔 사실에 빗대 제작했지만 너무 투박해 김 감독이 서양식 디자인을 가미하는 식으로 변형했다. 김 감독은 기존의 쇠붙이 재료를 덜어내고 나무로 마감했다. 전차 앞에 화려한 장식을 올리고 창문에 창살도 달았다. 김 감독은 “방송은 쉬워야 한다. 너무 사실적이면 재미가 없고, 설정이 과하면 외면 받는다”며 “그 당시 건물과 소품을 시청자가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예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