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ㆍ양승태 소환 불가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공관 비밀 회동’ 내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1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14일 김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교부-대법원 3자 회동이)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김 전 실장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회동이 끝난 뒤 내용을 정리해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 재판 거래 최종 책임자로 박 전 대통령이 지목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오전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불러 들였다. 회동 뒤 법무부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개인의 민사소송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뒤 재판 거래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문건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최대한 강제징용 소송 확정판결을 지연시키거나 대법원 소부(小部)에 배당된 해당 재판을 전원합의체로 재배당해 기존 판결을 뒤집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거래 정점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을 차 전 처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지시 받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피해자 패소 판결이 났던 1ㆍ2심과 달리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는 사상 최초로 일본 전범기업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2013년 8월 대법원에 재상고되자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형사 사건을 제외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심리하지 않고 상고 기각하는 제도) 판단을 내리지 않고 5년간 결론을 내지 않다가 최근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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